[비즈한국] 치킨 업계가 굳게 닫힌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랜드마다 앞다퉈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스타 마케팅이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던 과거와 소비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매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킨 시장 양극화, ‘2군’ 업체 광고 경쟁 더 치열
푸라닭 치킨이 최근 브랜드 모델로 가수 아이유를 발탁했다. 푸라닭 치킨은 2월 중 아이유가 출연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푸라닭 치킨은 지난해 1월 배우 고윤정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한 바 있다.
푸라닭 치킨의 새 광고 캠페인이 공개 전이지만 벌써부터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모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한 가맹점주는 “아직 광고를 시작하지 않아 매출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모델 효과로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며 “요즘 가맹점들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보니 본사에서도 판매 촉진을 위해 스타 마케팅에 힘을 주는 게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푸라닭 치킨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에프앤비 관계자는 “아이유 모델 발탁은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가맹점 매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치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bhc, 교촌치킨, BBQ 등 매출 상위 브랜드보다 소위 ‘2군 시장’으로 불리는 연매출 1000억~2000억 원대 브랜드의 경쟁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푸라닭 치킨, 60계치킨, 굽네치킨, 노랑통닭, 처갓집 양념치킨 등은 매출 상위 브랜드보다도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연매출 4000억 원 이상을 낸 브랜드는 bhc(5356억 원), BBQ(4765억 원), 교촌치킨(4449억 원)이다. bhc는 연간 광고선전비로 73억 원을 썼고, BBQ는 141억 원, 교촌치킨은 88억 원을 사용했다.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율은 bhc가 1.36%, BBQ가 2.96%, 교촌치킨이 1.98%로 1~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군 브랜드의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는 최대 7%까지 치솟는다. 굽네치킨(지앤푸드)은 2023년 연매출 2824억 원을 기록하고, 광고선전비로는 122억 원을 사용해 4.32%에 이른다. 처갓집양념치킨(한국일오삼)도 같은 기간 2238억 원의 매출을 내고, 광고선전비로는 86억 원(3.84%)을 사용했다.
60계치킨을 운영하는 장스푸드는 2023년 150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광고선전비로 111억 원을 사용했다.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율이 무려 7.4%다. 푸라닭 치킨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에프앤비도 같은 기간 연매출은 1401억 원, 광고선전비로는 82억 원이 나가면서 5.85%에 이르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치킨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1군과 2군 시장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군 시장의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서 광고, 마케팅에 더 큰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경기일수록 ‘스타 마케팅’ 집중…가맹점주·소비자 부담 될 수도
치킨 업계 마케팅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bhc, BBQ는 광고 모델을 교체했다. bhc는 10년 만에 광고 모델을 배우 전지현에서 배우 황정민으로 바꿨고,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도 신규 모델로 기용했다. BBQ는 배우 변요한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2023년 12월 배우 김유정의 모델 계약이 종료된 후 신규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있다가 약 1년 만에 새 모델을 뽑은 것이다.
노랑통닭은 지난해 10월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발탁했다. 이전까지는 배우 유해진, 배우 마동석 등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교촌치킨은 9년 만에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0월 배우 변우석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교촌치킨이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은 2015년(배우 이민호) 이후 처음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불경기까지 장기화되며 소비자들은 점점 더 지갑을 열지 않게 됐다. 기업이 스타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며 “스타 마케팅으로 광고 비용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매출 상승 가능성이 있다 보니 너도나도 광고비를 쏟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스타 마케팅의 효과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용구 교수는 “소비 침체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들은 성공 사례가 있는 스타 마케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옛날의 성공 방정식이 과연 지금도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과열된 스타 마케팅이 자칫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부담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킨 업계는 광고 및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과 본사가 나눠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십억 원대의 광고 비용이 점주에게 돌아갈 수 있다. 가맹점주 사이에서 광고 모델이 바뀔 때마다 광고비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마케팅비를 제품 가격을 녹여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교수는 “기업의 광고비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시기다. 단순히 눈에 띄는 상품이나 모델이 있다고 해서 꼼꼼히 비교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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