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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민국 관문이 위험하다" 인천공항 조류충돌 최근 11년 새 '최고'

운항량 증가, 조류 서식지 감소가 주요 원인…열악한 예방 역량 강화 시급

2025.02.05(Wed) 11:00:26

[비즈한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하는 사고(조류충돌)에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나라 관문으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지난해 조류충돌 사고가 최근 11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운항량을 고려한 조류충돌 발생 건수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고 증가 배경에는 운항량 증가와 조류 서식지 감소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사고 예방 역량이 자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조류충돌 사고가 최근 11년 사이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인근을 나는 새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조류충돌 사고 41건

 

비즈한국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정보공개 청구해 입수한 2024년 하반기 인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사고는 41건으로 전년 대비 19건(86%) 증가했다. 11건에 그쳤던 지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그간 인천공항에서는 연평균 16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조류충돌 사고는 주로 가을철(50%)에 기러기 등 철새가 비행기와 충돌하며 발생했다.

 

운항량을 고려해도 인천공항 조류충돌 사고는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운항 1만 회당 조류충돌 건수는 1.0건으로 2023년 대비 0.3건(52%) 늘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운항편수가 평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던 2022년(1.2건)을 제외하면 역시 최근 11년 중에 가장 높다. 이 기간 운항 편수가 가장 많았던 2019년(0.42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조류충돌 사고가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1년간 조류충돌 사고는 연평균 0.62건 수준이다.

 

대한항공 A 기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연간 조류충돌 확인 건수가 많이 증가했고, 신형 항공기 기종일수록 가벼운 복합 소재를 사용해 강도가 약해서 조류충돌에 의한 데미지(피해)가 더욱 커지는 추세로 조류충돌 예방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부탁했다. 

 

인천국제공항 탑승동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운항량 증가, 조류 서식지 감소한 반면 예방 역량은 부족  

 

인천공항 조류충돌 증가는 항공기 운항량 증가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운항편 수는 2019년 40만 4104대로 지난 11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20년~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10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2023년 33만 7299대, 지난해 41만 3200대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조류 서식지 감소로 분석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변화와 공항 주변 개발 공사로 조류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조류 밀집도가 증가했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한 영종도에서는 공항 확장공사와 리조트, 호텔, 관광단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과거에 비해 조류 서식지가 축소된 상황이다.

 

반면 공항 조류충돌 예방 인력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활주로 4개를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는 조류충돌 예방 전담인원을 48명 이상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공사에 배치된 인력은 46명으로 2명이 모자라다. 이마저도 5년 이상 숙련자는 25명(56%)에 그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2025년에는 조류 충돌예방 인력을 8명 충원해 총 54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류충돌 사고가 늘면서 예방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인천공항 조류 충돌예방 전담 인력들은 현재 음파 퇴치기와 총기 등을 이용해 4조 2교대로 공항지역 조류들을 퇴치, 포획하고 있다. 총기 사용을 통한 포획은 공항 반경 100미터 안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조류 퇴치 업무를 수행하는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 내부에서도 인력과 장비 보강에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조류 충돌예방 인력 다수가 무기계약직으로 처우가 열악해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준 이상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처우를 개선해 이들이 전문 인력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락 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조류충돌방지위원회에서 “(조류 퇴치용) 레이저총은 사거리, 분산효과 등 조류 통제에 매우 효과적이나 항공기 운항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국토교통부 허가 미승인 상태다. 항공사 및 관련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B 부기장은 앞선 위원회에서 “미국 여러 공항에서 조류 레이더 시스템을 사용 중이고, 레이더 도입 후 조류충돌 감소율이 40%에 이르는 공항도 있다. 도입 비용 대비 조류충돌 감소 효과가 클 것이고 레이더를 통한 데이터 활용도도 클 것”이라며 조류관측 레이더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류충돌은 ​지난해 12월 29일​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군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는 착륙장치(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에 있던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58분경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선언(Mayday)을 했다. 현재 사고조사위원회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와 프랑스 사고조사당국과 협력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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