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페이가 2024년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서비스 부문이 성장하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는 티몬·위메프(티메프) 관련 손실을 제외하면 성장세라고 강조했지만, 해결할 문제는 남았다. 이용자 4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최근 수십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 동의 없는 정보 제공으로 인한 신용정보법 위반 처분도 남은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이용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눈길이 쏠린다.
#“티메프 손실 빼면 순이익 160억”
티메프 사태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카카오페이가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의 2024년 4분기 영업손실(연결 기준)은 330억 원으로 전년 동기(215억 원) 대비 손실이 커졌다. 연간 기준으로도 575억 원의 손실을 냈다.
간편결제 사업자인 카카오페이는 소비자 선환불 등으로 2024년 3분기 312억 원, 4분기 3억 원의 티메프 관련 손실을 봤다. 당기순이익은 4분기 52억 원으로 전년(-61억 원) 대비 흑자로 돌아섰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215억 원)다.
카카오페이는 티메프 사태에도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티메프 손실을 제외하면 연간 당기순이익이 160억 원이라고 명시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4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2024년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결제서비스 이용자가 2402만 명에 달한다. 연간 거래액은 167조 원, 금융 거래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라며 “티메프 사태로 대형 가맹점이 줄었는데도 온라인·오프라인의 해외 결제 이용자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은 크게 늘었다. 2024년 4분기 매출은 2182억 원으로 전년 동기(1661억 원) 대비 31%, 전 분기 대비 17% 증가했다. 연간 매출은 전년 동기(6154억 원) 대비 25% 증가한 7662억 원을 기록했다. 신 대표는 “매출 25% 증가를 포함해 목표 성과를 달성했다”라고 밝혔다.
성장세를 이끈 건 투자·대출·보험 등이 포함된 금융서비스 부문이다. 해외 주식 거래가 늘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투자 부문의 실적이 급증했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분기 기준으로 첫 흑자(7억 원)를 달성했다. 4분기 금융서비스 매출은 84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97억 원)와 비교하면 111%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7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본업인 결제서비스의 비중은 2023년 4분기 70%에서 2024년 4분기 58%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금융서비스는 24%에서 38%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는 2025년 전략으로 △부가서비스 확대 △트래픽 기반 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 △데이터 수익화 등 3가지 방향을 발표했다. 자체 콘텐츠를 늘려 트래픽을 키우고, 이를 통해 비금융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 마이데이터와 이용자 로그를 활용해 서비스 개인화를 고도화한다는 계획도 냈다.
AI 도입도 확대한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이용자의 질병에 따라 적절한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 진단 서비스에 AI 기술을 시범 적용 중이다. 올해는 보험 외에 개인별 소비 습관을 관리하는 ‘소비 에이전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용자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정보 제공…개인정보위 제재 이어 금융위 처분 남아
카카오페이는 결제서비스가 성장세라고 강조했지만, 이용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근 대표는 이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1월 22일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법상 국외이전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로 59억 68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공표명령을 받았다.
2024년 8월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가 6년에 걸쳐 이용자의 개인 신용 정보를 알리페이에 무단으로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알리페이는 애플 내 결제 시스템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NSF(고객별 신용점수) 산정, 결제 처리, 정산 등을 대행한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에 낮은 수준의 암호화 처리를 한 개인 신용 정보를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지분 3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2018년 4~7월 애플 수탁사인 알리페이가 NSF 점수를 산출하기 위한 모델을 구축하도록 전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2019년 6월부터 2024년 5월 21일까지는 알리페이가 이용자별 NSF 점수를 산출할 수 있도록 매일 개인정보를 전송했다.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보낸 개인정보 누적 전송 건수는 542억 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애플 단말기를 쓰지 않는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개인정보도 있었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로부터 받은 정보로 이용자별 NSF 점수를 산출해 뒀다가, 애플이 결제 이용자의 NSF 점수를 요청하면 즉시 제공했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페이가 전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자 본인의 동의 없이 애플의 서비스 이용자 평가 목적으로 알리페이에 제공했음을 확인했다”며 “이용자는 본인의 어떤 정보가 국외로 이전됐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애플은 알리페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해 처리한다는 사실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애플에도 과징금 24억 500만 원과 과태료 220만 원을 부과하고, 알리페이에는 NSF 점수 산출 모델을 파기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삼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실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신용정보법에 따라 별도로 처분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위 처분을 아직 이행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처분 결과에 관해 카카오페이 측은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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