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항소심 승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0년 사법 리스크 벗었지만…

19가지 혐의 모두 '불인정', 최지성·장충기도 '무죄'…위기 극복할 '대응력' 보여줘야

2025.02.03(Mon) 17:59:44

[비즈한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가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가지 혐의를 모두 무죄 판결한 지 1년 만이자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함께 기소된 삼성 임원진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삼성 리더십 부재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됨에 따라 이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 위기론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불법 승계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일 서울고등법원 법정을 나서고 있는 이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이재용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도 모두 ‘무죄’

 

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11월 2심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린 지 70여 일 만이다. 재판부는 “여러 이유를 모아 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수사의 어려움과 한계를 고려해도 이런 중요한 범죄사실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공소사실에 대해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심에 이에 2심 재판부 역시 시세조정 및 부정거래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일부 인정한 행정소송 1심 판결 내용을 포함해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2심 재판부는 회계처리가 거짓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과 함께 부정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부풀려졌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춰졌다고 봤다. 이를 고려한 시점에 합병이 진행됐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하며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3일 항소심 직후 이재용 회장 측 변호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당시 이 회장과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 등 총 14명의 전·현직 임원들 역시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긴 시간이 지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더십 회복, ‘위기’서도 벗어날까

  

이번 2심 선고는 이 회장의 명운을 가른 중대한 기점이 됐다.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적절한지만 판단하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어질 여지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의 재건에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 공급망 문제, 기술 경쟁력 약화 등이 얽혀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이 주력하는 범용 D램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부진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실적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거론되던 위기론은 지난해 10월 삼성 수뇌부의 사과 메시지를 통해 공식화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공개 입장문을 냈다. 주가와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거센 상황 속에서 위기의 시작점을 외부 업황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찾고 인정한 셈이다. 전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위기 인식을 밝히고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했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비즈한국DB


문제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경영의 실패가 지목된다. 삼성은 반도체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 기술력 등 역량을 가늠하는 수율에서 계속 고꾸라졌다. 반도체 전략 구축시 HBM이 미래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부재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이 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던 때부터 그룹 경영을 사실상 책임진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경영철학이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성장 가능성을 읽고 AI가 급성장하기 전부터 HBM 연구개발에 집중한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HBM 연구 조직을 축소한 바 있다. 이는 엔비디아 납품 지연 및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기폭제가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리더십은 지난 몇 년간 약화했다. 메모리 및 파운드리 부문에서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치열한 경쟁과 시장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사법 리스크만 탓할 수는 없지만 법정 심리로 100차례 넘게 재판에 출석하거나, 해외 출장 제약 등 경영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는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족쇄가 풀린 이 회장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적극적인 대응력을 보여줄 때라는 시각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파트너사와의 광폭행보를 이어가며 위기 대응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 합병, 새로운 투자, 대외 활동 등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봤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AI 산업 발전으로 반도체 산업도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부족한 기술력에 올인하고 인재 채용, 투자 유도에 주력해야 한다”며 “AI 부문에서는 새 파트너를 구축하고 관계를 만드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빅플랜을 구축하고 총수로서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선관위 전산관리 업체 '비투엔', 정관계 인사 다수 영입 '눈길'
· [단독] 메이블린뉴욕·웰라…K뷰티에 밀린 글로벌 브랜드 줄줄이 철수
· 먹는 약에 붙이는 패치까지 '한국산 비만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 트럼프 제국의 나팔수이자 새로운 자금줄 '트루스 소셜'
· '부동산 양극화 심화' 50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 매매 1.6배 늘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