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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웃고 개업변호사 울고…법조계도 부익부 빈익빈 심화

대형 로펌 9곳 매출 2조 넘어…개인 변호사는 "중소기업 의뢰도 없어" 하소연

2025.02.03(Mon) 15:39:07

[비즈한국] ‘규모가 큰 대형 로펌들만 살아남는 시장’. 최근 변호사업계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는 말이다. 국내 최대 대형 로펌인 김앤장이 최초로 지난해 매출 1조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이 김앤장을 제외한 로펌 중 최초로 4000억 원 매출을 돌파했다.

 

법조계와 국세청에 따르면, 부가가치 신고액 기준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의 합산 매출은 1조 7936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2% 증가했다. 지평, 바른, 대륙아주, 동인 등 국내 주요 9개 법무법인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2조 1918억 원에 달한다. 김앤장을 제외한 9대 로펌들의 매출이 2조 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 2021년(1조 7776억)과 2022년(1조 8916억), 2023년(1조 9842억)에 이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사무소. 사진=비즈한국 DB

 

#기업 사건 싹쓸이 대형 로펌들 성장세 지속

 

대형 로펌들의 실적이 우상향한 배경은 단연 ‘기업 사건 수임’이다. 특히 기업 인수·합병(M&A) 사건을 얼마나 수임했는지가 실적을 좌우했다는 평이 나온다.

 

광장은 지난해 6조 4500억 원 규모의 SK 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성사시켰고, 에어인천의 아시아나 화물기 인수 거래도 맡아 처리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SK렌터카, 롯데렌탈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세종은 2024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인수, 제네시스PE의 KJ환경 매각, 알리바바의 합작법인 설립 건 등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자문해 좋은 실적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잇따랐던 기업 간 경영권 분쟁도 대형 로펌에게는 기회가 됐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측 대리인단은 태평양, 영풍 측 대리인단은 세종이었다. 또 화우는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 등에 변호인단으로 이름을 올려 활약했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관련 주식양도청구 소송 등 경영권 분쟁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대기업 오너들의 사건을 맡아 실적으로 연결된 곳들도 모두 대형 로펌이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 상고심에서 최 회장 측 대리인단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상속 분쟁에서는 구 회장 측 대리인단으로 참여하는 등 지난해 기업 총수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굵직한 활약을 보였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이제 대형 로펌이 기업 오너들의 형사, 민사 사건만 맡아 처리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며 “사소한 경영 결정부터 회사 인수와 같은 굵직한 이슈까지, 대형 로펌의 자문으로 시작해 사건 수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형 로펌의 매출이 계속 더 오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중위소득 연 5000만 원, 전문직 종사자 중 최저

 

반면 중소형 로펌들과 개인 변호사들은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대형 로펌들이 ‘수임 규모가 큰 대기업 사건’을 대부분 가져가면서, 개인이나 중소기업 사건을 맡게 되는 중소형 규모의 로펌들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

 

검찰 출신의 부티크 로펌 대표 변호사는 “3억~4억 원 상당의 수임을 따내기 위해 3~4곳의 대형 로펌들과 함께 기업을 직접 찾아가 PPT를 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경쟁 끝에도 ‘대형 로펌’이 이름값으로 사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갈수록 중소형 로펌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빌 언덕’이 없는 개업 변호사들은 더 힘들어지는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로스쿨 출신 개업 변호사는 “대기업 사건은 고사하고 중소기업 사건들조차도 의뢰가 들어오는 게 거의 없다”며 “규모가 어느 정도 되거나 비전이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대거 대형 로펌들의 전담 팀에 사건을 맡기다 보니 개업 변호사들은 500만 원, 1000만 원짜리 형사 사건이나 민사 사건으로만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세청이 발표한 ‘2014~2022년 귀속 전문직 종사자 업종별 사업소득 현황’에 따르면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1억 원, 중위소득은 3000만 원으로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 중 소득이 0원 이하인 변호사를 제외하더라도 변호사 평균소득은 1억 3000만 원, 중위소득은 5000만 원에 그쳤다. 100명 중 50등에 해당하는 변호사의 소득이 월 400만 원 수준인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계속 성장을 해가고 있지만, 수임 단가가 낮은 사건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매년 1000명 넘게 쏟아지고 있다”이라며 “개업 변호사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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