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로레알그룹의 ‘메이블린 뉴욕’이 국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올 상반기 중 올리브영, 쿠팡 등에서의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 글로벌 헤어 브랜드인 ‘웰라’도 국내 판매를 모두 종료한다. 국내 뷰티 시장이 성장하면서 K뷰티 경쟁력이 커졌고, 여기에 밀린 글로벌 뷰티 브랜드는 줄줄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분위기다.
#로레알 ‘메이블린 뉴욕’ 리브랜딩도 했지만 결국…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메이블린 뉴욕’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메이블린 뉴욕은 최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폐쇄하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상품 판매도 중단했다. 현재 메이블린 뉴욕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올리브영과 쿠팡뿐인데, 상반기 중 이들 채널의 판매까지 종료하고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메이블린 뉴욕을 보유한 로레알코리아의 관계자는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평가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수준 높은 한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들에 집중하기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25년 상반기 내 한국 내 메이블린 뉴욕 브랜드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메이블린 뉴욕은 로레알그룹의 메이크업 브랜드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1998년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고, 최근 Z세대 고객 타깃을 위해 리브랜딩도 했다.
로레알그룹은 1993년 로레알코리아를 통해 한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 후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뷰티 시장 성장세가 꺾인 뒤 몇 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하나둘 철수하는 분위기다. 2021년에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비쉬’와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가 국내 사업을 종료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웰라 염모제’ 구해요…미용사 커뮤니티 비상
글로벌 헤어 뷰티 브랜드 ‘웰라(Wella)’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웰라 브랜드를 국내 유통해온 SPW 코리아는 웰라 글로벌 본사의 결정에 따라 2월부터 웰라 제품의 공급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SPW 코리아는 온라인 웰라몰을 통해 웰라 글로벌 본사가 한국 시장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며 “웰라 글로벌 본사에 이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여러 번 강력히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고 공지했다.
웰라는 1981년 라미화장품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1993년에는 컬러 염색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웰라의 갑작스런 국내 시장 철수에 미용 시장은 대체품을 찾느라 다급한 움직임이다. 미용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웰라의 한국 시장 철수로 난감하다’며 대체 제품을 찾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몇몇 헤어 뷰티 브랜드는 자사 대체품으로 웰라 염모제와 유사한 컬러를 낼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하는 교육을 개설했다. 웰라 제품을 유통해온 SPW 코리아는 부랴부랴 일본의 헤어 뷰티 브랜드를 신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남대문에서 미용 재료를 판매하는 A 씨는 “웰라 제품 입고가 중단됐다. 매장에 진열된 남은 염모제가 마지막 물량이 될 것”이라며 “손님들이 왜 입고가 안 되냐고 묻는데 딱히 설명할 말이 없다. ‘웰라가 망했다더라’라고 말할 뿐이다. 웰라 염모제 판매율이 나쁘지 않았는데, (사업을 철수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해외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그룹의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지난해 5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9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5년 만이었다. 세포라는 국내 시장 진출 후 3년 내 매장 수를 14개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운영 중이던 매장 5곳을 모두 정리하며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LVMH는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프레쉬(FRESH)의 국내 시장 철수도 결정했다. 2002년 수입업체 스프루스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프레쉬는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고, LVMH그룹은 2012년 프레쉬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직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쉬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국내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확한 철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올 4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매장 정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화장품은 쓰리(three) 코스메틱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 여행 필수 쇼핑템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쓰리 코스메틱은 2019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주요 백화점에 매장을 열었으나, 지난해 조용히 사업을 정리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이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진단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화장품의 제품력이나 마케팅 수준이 매우 높아져 경쟁력이 막강해지다 보니 글로벌 브랜드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것”이라며 “화장품 시장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현지 브랜드만큼 빠른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예전처럼 브랜드 파워만 믿고 들어와 마케팅 한다고 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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