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미국의 연방 공휴일 ‘대통령의 날’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출시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류 소셜 미디어가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자 직접 자신의 미디어·테크 회사를 동원해 온라인 영향력 회복에 나선 것이다. 2020년 대선에 패배한 트럼프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띄운 뒤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계기가 됐다.
출시 3년을 앞둔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의 재선 성공과 함께 긴 암흑기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서 연일 주요 발언을 쏟아내고, 운영 회사는 최근 암호화폐 분야로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트루스 소셜은 상승세를 이어갈까.
#트럼프 ‘입’이 된 트루스 소셜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정치’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헬기 추락 충돌·추락 사고에 대한 성명과 다수의 추모 글을 트루스 소셜 공식 계정에 게시했다. 앞서 백악관 대변인이 동일한 성명을 엑스(옛 트위터)에 업로드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플랫폼을 택했다.
이틀 전에는 대규모 산불 이후 물 공급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가 이 플랫폼에 “비상 권한으로 군대가 진입해 캘리포니아에 풍부한 수도를 공급했다”는 글을 올리자 캘리포니아 수자원부는 “3일간 유지보수를 진행한 연방 수도 펌프가 재가동됐을 뿐”이라고 공식 반박하며 군 동원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는 지난 일주일간 106건의 트루스를 게시하며 활발한 SNS 정치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엑스에 글을 게시한 횟수는 5건에 그쳤다. 계정 정지 조치로 트위터에서 퇴출당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일론 머스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엑스로 복귀한 바 있다.
트루스 소셜은 엑스와 유사한 SNS다. 상대방을 팔로우하거나 채팅 메시지를 보내는 등 소통 방식은 일반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같다. 대신 이용자들이 생각과 상황을 짧게 올리는 게시글은 ‘트루스(진실)’라고 일컫는다. 다른 이용자의 글을 자신의 피드에 공유하는 행위는 엑스 용어인 ‘리트윗’이 아닌 ‘리트루스’로 부른다. 플랫폼 이름부터 세부 용어까지 진실을 강조하는 트루스 소셜은 느슨한 콘텐츠 검열을 통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을 표방한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MTG)’는 IR 자료에서 트루스 소셜이 “점점 더 가혹해지는 검열 속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안전한 항구로 자리 잡은 플랫폼”이라고 서술한다.
#트럼프의 돈줄 역할도, 마르지 않는 ‘지갑’ 될까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단순한 소통 채널 이상이다. 현재 트럼프의 순자산은 대부분 트루스 소셜에서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등에 묶여 있는 재산을 제외하면 이 플랫폼 사업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트루스 소셜의 운영사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MTG)’은 트럼프가 최대주주다. TMTG는 지난해 3월 미국 증시에 우회 상장한 이후 고전하다가 트럼프 재선 성공으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순자산은 취임 전 주 70억 달러(10조 1700억 원)에 육박했다. 한 달 전보다 8억 6500만 달러(1조 2570억 원) 증가한 규모로, TMTG의 전 거래일 주가가 20% 이상 오른 영향이다. 지금도 등락이 반복되고 있는데 주가 추이는 재무 상태나 사업 성과와는 큰 연관이 없다는 평가다. TMTG의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100만 달러(14억 원), 1900만 달러(275억 원) 규모였다.
우파 성향의 이용자들을 공략하는 트루스 소셜은 엑스나 페이스북 등을 대체할 보편적인 플랫폼이 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영국의 디지털 범죄 보호 업체 넷크래프트는 지난 16일 공개보고서에서 플랫폼 내 대부분의 정보가 정확할 것이라는 기대와 폐쇄적인 알고리즘이 결합한 특성으로 인해 트루스 소셜에서 피싱 공격이나 투자 사기 등 범죄가 성행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향력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임기간 미국 대통령의 주요 메시지 창구로 자리 잡으면 관심도와 트래픽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트루스 소셜이 트럼프에 대한 로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루스 소셜의 수익은 주로 광고에서 나오는데 이 플랫폼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주식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트루스 소셜과 긴밀히 연결된 점도 눈에 띈다.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 후보는 자산 4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달러를 TMTG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TMTG는 트럼프 관련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밈 주식(meme·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주식)’로서의 가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친암호화폐’를 띄우며 취임 직전 ‘밈 코인’을 발행한 데 이어 TMTG는 핀테크로 영역을 확장한다. TMTG 이사회는 29일 금융 서비스 및 핀테크 브랜드 ‘트루스.파이(Truth.Fi)’ 출시를 승인했다. 최대 3600억 원의 초기 자본은 맞춤형 상장지수펀드(ETF)와 가상자산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상품에 배분될 예정이다. CNBC는 “이 서비스는 최근 소셜미디어 확장을 위해 엑스와 비자의 거래를 발표한 일론 머스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루스.파이는 금융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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