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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펀샵' 3월 종료…'전문몰' 줄폐업, 옥석 가리기 본격화 되나

지난해 바보사랑, 1300K, 소쿱 등 서비스 종료…알리·테무 진출에 온라인 전문몰 경쟁력 잃어

2025.01.28(Tue) 15:58:33

[비즈한국] 2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던 전문몰들이 무너지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여파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간 우후죽순 생겨났던 버티컬 커머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 ENM의 자회사인 브랜드웍스코리아에서 운영해 온 키덜트 편집숍 ‘펀샵’이 오는 3월 운영을 종료한다. 사진=펀샵 홈페이지

 

#CJ ENM도 사업 종료 선언, 온라인 편집숍 줄 폐업 이어져

 

키덜트 편집숍 ‘펀샵’이 오는 3월 운영을 종료한다. 2002년 문을 연 펀샵은 취미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40 키덜트족을 타깃으로 운영됐다. 게임과 다양한 취미 용품을 주로 판매해 전체 고객 중 남성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펀샵은 CJ ENM의 자회사인 브랜드웍스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7년 CJ오쇼핑(CJ ENM 커머스부문)은 미디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펀샵 운영사인 아트웍스코리아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2022년 나머지 30%를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사명도 브랜드웍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펀샵의 사업 종료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샵이 상품 구성력이 좋아 마니아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CJ ENM에 인수된 후에는 상품 구성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평이 나왔는데, 사업을 종료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예전만큼 펀샵이 특색 있는 상품 구성력을 보이지 못했다. 고객들 사이에서 알리와 비슷한 상품을 판다는 지적도 나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CJ ENM은 자회사인 브랜드웍스코리아의 사업 재정비 과정에서 펀샵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CJ ENM 관계자는 “브랜드웍스코리아가 올해부터는 브랜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락포트·오덴세·브룩스브라더스 등의 판매 채널을 다각화해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고 사업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브랜드 사업 강화 전략에 따라 브랜드웍스코리아의 전신인 아트웍스코리아가 운영하던 온라인 플랫폼 ‘펀샵’은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J ENM이 펀샵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앞서의 관계자는 “펀샵이 3040 남성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너무 뾰족한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의 장기화에 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문몰 시장의 생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우후죽순 생겼던 전문몰, 옥석가리기 본격화

 

지난해부터 온라인 편집숍의 서비스 종료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6월 문구·생활용품 온라인 쇼핑몰 바보사랑이 영업을 중단했고, 8월에는 가전·가구 편집숍인 알렛츠가 문을 닫았다. 디자인상품 전문 쇼핑몰 1300K(천삼백케이)도 9월까지 운영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1300K의 운영사인 NHN의 자회사 NHN위투는 1300K 사업 종료와 함께 가구·생활 쇼핑몰인 1200m와 편집숍 소쿱(SoKooB), 위투Mro 등도 함께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에서는 불경기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전문몰의 위기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불안해지면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대한 구매부터 줄이게 된다. 때문에 취미나 취향에 따라 구입하던 공산품 소비가 최근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C커머스가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보니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온라인 편집숍 중 상당수는 중국 공산품을 사입해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해왔다. 하지만 C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로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으면 바로 구매하지 않고 알리에 같은 상품이 있나 검색해본다. 그럼 대부분 똑같은 상품이 있고, 알리 판매가가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쿠팡, 네이버 등의 대형 이커머스 외 중소 규모의 이커머스는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도 버겁다. 그동안에서는 틈새시장에서 플레이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몇 년간 이커머스 업계가 잇달아 내놓았던 버티컬 커머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버티컬 커머스는 종합몰과 달리 패션, 리빙, 식품 등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모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전문몰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종우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도 성장세가 꺾이면서 이제는 상품 경쟁력, 콘텐츠의 싸움이 됐다. 다른 곳에 없는 차별화된 상품이나 콘텐츠가 있는 곳에만 고객이 모이게 된다.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 비슷비슷한 상품만 모아 놓은 곳은 버티기 힘들어진다”며 “점점 더 수준 높은 머천다이징(상품 기획)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전문몰이 생존을 위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는 이커머스는 생존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의 경제활동 인구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다운사이징 시장에서는 이커머스 업계가 점차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략을 실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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