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의 전자 기업 샤오미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샤오미는 저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자국 시장을 장악한 뒤 인도, 남미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부터 로봇청소기, TV, 보조배터리 등 해외직구와 온라인 채널에서 이미 구매 수요를 다져놓은 제품군이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22일에는 샤오미가 주력하는 스마트폰에서 신제품을 내놓고 통신사 매장 판매를 시작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국내 이동통신 3사 오프라인에서 동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아직 자체 오프라인 매장이나 단말기 체험 공간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삼성과 애플이 잡고 있는 ‘콧대 높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이 받쳐준다면 중저가 제품군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격 경쟁력 높인 중저가 신형으로 국내 시장 한계 넘어설까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샤오미는 우선 스마트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15일 샤오미코리아 설립 및 한국 시장 진출을 공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자기기 신제품 5종을 공개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 ‘샤오미 14T’와 중저가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다.
샤오미 14T는 샤오미 스마트폰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카메라 기능에 집중한 제품이다. 3년간 일본 카메라 업체 라이카와 협력해 야간 촬영 등 사진 품질을 개선했고 기기 제어와 정보 검색 기능에는 구글의 AI 기술이 접목됐다. 레드미 노트 14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4억 2000만 대를 넘긴 레드미 노트 시리즈의 최신 버전으로 내구성과 카메라 성능을 높였다. 지난 15일 온라인에서 먼저 출시된 샤오미 14T의 출시가는 기본형(8GB+256GB) 59만 원대, 8GB+512GB 모델 64만 원대로 책정됐다. 유럽(약 97만 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를 잡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가격대가 더 낮은 샤오미 레드미 노트 14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적용하면 최대 7만 원선에서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레드미 노트 14 8GB+256GB 모델(출시가 39만 원대) 기준 ‘55요금제’ 이상 요금제 사용 시 공시지원금 최대 28만 6000원과 추가 지원금 4만 2900원을 지급한다. 통신3사 중 지원 규모가 가장 크다. SK텔레콤과 KT의 지원금은 각각 최대 14만 3700원, 최대 27만 6000원이다.
#통신3사 손잡았지만 수요 부진에 ‘미미한 스타트’
샤오미는 오프라인 판매 영역으로 국내 통신3사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확대한다. 전국의 통신사 대리점을 오프라인 판매처로 활용해 온라인 유통에 한정됐던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과거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입해 판매하다가, 2016년 샤오미 본사가 한국 총판 두 곳과 계약을 맺고 한때 직영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외국산 단말기가 살아남기 어려운 한국 시장 특성과 미흡한 사후관리(AS) 서비스 체계, 통신사 주도의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 등 한계에 부딪혀 오프라인 성과는 물론 온라인 판매도 지지부진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삼성 80%, 애플이 19%를 점유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입지는 1%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법인으로 새출발한 샤오미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얼마나 시장을 빼앗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AS 정책 개선과 오프라인 접점 확대 등 고객을 유인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게 샤오미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통신3사 대리점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출시일인 22일 대리점 판매가 열렸으나 고객이 매장에서 실제 신제품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리점 직원은 “현재 입고된 제품이 없다. 샤오미 신제품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었고 제품이 입고되더라도 수요가 많지 않아 소량만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대리점 직원 역시 “재고가 어느 정도일지, 각 대리점이 몇 대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대기 고객이 있을 시 예약을 해두고 입고되면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샤오미 스마트폰 수요가 온라인 채널 구매와 자급제에 기울어져 있는 만큼 샤오미코리아 출범 이후로도 공식 자사몰과 자급제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사의 역량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통신사 대리점에 체험존 설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구매 전 단말기 실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제조사가 견본 제품에 돈을 들이지 않으면 대리점이 개별적으로 제품을 구매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수요가 낮은 샤오미의 경우 고객이 대리점을 방문해도 제품을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리점에 ‘S존’이라는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자체가 워낙 적을 것으로 예상돼 제품을 진열하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판매량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외산 단말은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시로 샤오미 단말기를 비치한 대리점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공식 AS 센터 운영, 자사몰·쿠팡·네이버 등 공식 채널을 통한 구매 시 정품 보장 등으로 비공식 판매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제품을 체험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올 상반기 내 주요 쇼핑몰 등에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샤오미 관계자는 “상반기 중 오프라인 스토어가 오픈될 것”이라며 “고객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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