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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다정한 '나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

남주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로맨스… 평이한 플롯과 인물 설정 "아무렴 어때"

2025.01.22(Wed) 14:23:04

[비즈한국] 역시 잘생기고 다정한 미남이 최고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의 완벽한 비서’를 보고 있으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이 드라마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를 연기하는 배우는 이준혁. 잘생긴 외모로 치면 요즘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 대해 쓸 때도 나는 ‘나날이 빛나는 이준혁의 미모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쓴 바 있다. 심지어 이번엔 그 미모로 로맨스를 연기한다! 도무지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유은호의 수성 때문에 점찍었던 후보자를 데려오는데 실패한 강지윤. 살짝 ‘혐관’ 케미로 만나지만, 이내 사라져 버린다. 왜? 유은호 같은 완벽한 비서가 없거든. 사진=SBS 제공

 

이준혁의 미모가 제대로 ‘열일’하는 ‘나의 완벽한 비서(나완비)’는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지윤과 일도 완벽한 비서 은호의 밀착 케어 로맨스’를 그린다. 까칠한 사장과 그를 보좌하는 비서의 로맨스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비롯해 숱한 대중문화에서 선보여왔고, 특히 웹소설계에선 사랑해 마지 않는 소재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굉장히 익숙하고 뻔할 수 있는 이야기란 소리. 이 익숙한 소재가 ‘사장=남성, 비서=여성’이던 공식을 바꾼 것만으로 신선해진다. 일은 완벽하지만 그 외엔 덜렁거리기 짝이 없는 여사장의 흐트러진 옷깃을 매만져주는 남성 비서라니, 꽤나 신선하고 또 묘하게 섹시하단 말이지.

 

게다가 유은호는 일찍 이혼하고 홀로 딸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와 가사에도 능통한 인물로 설정돼 있다. 커리어를 포기하더라도 아픈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감내하는 부성애와 헌신의 자세만으로도 합격인데, 요리도 잘하고 정리정돈과 청소도 완벽하다. 혼자 딸을 키우는 아빠들이 머리 묶어주는데 쩔쩔매는 흔한 클리셰? 그런 장면 따윈 ‘나완비’엔 없다(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자아이 머리 묶고 땋는 거, 엄마들도 처음부터 뚝딱 잘하는 거 아니다. 다 노력의 산물이란 말씀). 아무튼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심성, 육아와 가사 또한 능통하니, 완벽한 비서 아니 완벽하게 준비된 남편이자 아빠 아닌가. 

 

일엔 완벽하지만 일 외에 모든 것에 허점을 보이는 강지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더욱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서투르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SBS 제공

 

남자 주인공이 워낙 유니콘 같은 인물로 묘사된 때문인가, 상대적으로 유은호가 모시는 헤드헌팅 회사 ‘피플즈’ 대표 강지윤(한지민)의 묘사는 조금 단선적이다. 지윤은 어릴 적 엄마를 여의고 아빠까지 다른 아이를 구하려다 화재사고로 잃었기에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아빠 사고에 대한 반작용인지 배려나 희생 같은 개념에 날을 세우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고 고슴도치처럼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모습으로 설정돼 있는데, 따스한 유은호와 사랑에 빠지며 달라져야 하는 캐릭터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헤드헌터 업계 2위 회사를 이끄는 30대 후반 여성에게 이런 설정은 좀 게으르지 않나 싶긴 하다. 일 외의 모든 영역에선 허둥지둥하는 빈틈 작렬인 모습도 좀 의아하긴 하지만, 그나마 사랑스러운 한지민이기에 어느 정도 용인되긴 한다. 

 

길 가다 지나치는 모든 여성들이 한 번쯤 흘깃거리게 되는 우월한 미모의 소유자인 유은호. 드라마는 깐머리 은호, 덮머리 은호, 캐주얼 은호, 수트 은호 등 각양각색 상황에서 빛나는 유은호의 미모를 담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SBS 제공

 

이외에도 ‘나완비’의 인물 설정이나 플롯 구조는 평이한 편이다. 사사건건 강지윤의 일을 훼방 놓는 강지윤의 전 사수이자 헤드헌팅 업계 1위 회사를 이끄는 커리어웨이 대표 김혜진(박보경)이나 강지윤의 곁에서 은근히 그를 챙기며 마음을 품고 있는 부잣집 도려님 우정훈(김도훈), 강지윤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쏟아내는 친구이자 동료 서미애(이상희) 등 흔히 보아오던 인물이고, 12부작에서 절반을 찍고 본격적인 로맨스의 단계로 돌입하는 흐름도 익숙하다. 다소 뻔하다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바꿔 말하면 이 평이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단 소리도 된다. 무엇보다, ‘나완비’의 핵심은 완벽한 비서 유은호의 판타지 같은 완벽함을 즐기는 데 있으니까. 

 

이른바 남주2, 여주2 포지션인 우정훈과 정수현. 각자 여주와 남주를 몰래 좋아하다가 결국 서로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제공

 

물론 남주 외에도 자잘한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처음으로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전면에 부각한 드라마라는 의의도 있고, 유은호에 마음을 품고 있던 싱글맘 그림책 작가 정수현(김윤혜)이 강지윤에게 마음을 품고 있던 피플즈 이사 우정훈과 엮이게 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알콩달콩 그려질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6화에서 강지윤과 적대 관계인 김혜진과 우지훈의 아버지이자 강지윤의 후원자인 우철용(조승연) 회장이 전략적 관계인 것으로 보이며 흥미를 돋운 부분도 있다. 

 

‘핑크퐁 우산’을 들고도 ‘설렘설렘 모멘트’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준혁 아닐까. 사진=SBS 제공

 

피로를 돋우는 막장 요소나 도파민의 습격이 없어 오히려 적당히 산뜻한 로맨스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나완비’.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우니, 아름다움에 약한 탐미주의자에게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회사 대표인 강지윤이 사회적 시선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성 전복적인 드라마 ‘나완비’. 주인공을 방해하는 빌런도 여성, 주인공을 지지하는 조력자도 여성이다. 사진=SBS 제공


얼굴만 완벽한 게 아니라 진한 부성애와 따스한 심성, 육아와 가사에 능통하다는 설정의 유은호. 이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남성상을 묻는다면 유은호를 참고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진=SBS 제공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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