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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실 99% 펀드' 신한은행 vs 교보증권 책임 공방, 판결 나왔다

판매사 신한, 고객에 72억 배상 후 운용사 교보에 손배 제기…법원은 운용사 60%, 판매사 40% 책임 판단

2025.01.22(Wed) 16:20:26

[비즈한국] 환매 중단 사모펀드를 두고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운용사인 교보증권 간에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 사실상 양쪽의 과실이 모두 인정됐다. 교보증권이 운용하고 신한은행이 판매한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 M 펀드(로얄클래스 M 펀드)’는 투자자 손실이 99%에 달한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교보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일부 승소 결과를 받아들었다.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 M 펀드’의 판매사였던 신한은행이 운용사인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신한은행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비즈한국 DB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최정인)는 신한은행이 교보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한은행은 2022년 5월 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은행이 로얄클래스 M 펀드 투자자 45명에게 자율배상한 약 72억 원을 운용사인 교보증권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판매사와 운용사의 법정 공방은 약 3년간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판매사인 신한은행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교보증권에 손해배상 청구액의 60%인 약 43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로얄클래스 M 펀드는 피해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라임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손실이 99%에 달해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컸던 상품이다. 2022년 금융감독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로얄클래스 M 펀드의 총피해 금액은 390억 원(151명)이었다.

 

교보증권이 설정·운용한 로얄클래스 M 펀드는 역외 펀드(투자자가 속한 나라가 아닌 제삼국에서 만든 펀드)를 통해 부동산을 담보로 한 미국 중·소상공인의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홍콩 자산운용사 탠덤이 만든 ‘탠덤 크레딧 퍼실리티 펀드’를 통해 미국 금융사 WBL이 발행한 대출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로얄클래스 M 펀드의 설정일은 2019년 5월, 만기일은 2020년 3월이었다. 교보증권과 위탁 판매 계약을 맺고 이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은 투자자에게 ‘정상 채권만을 취급한다’거나 ‘부동산 담보라 안전하다’고 설명했고, 45명의 고객(투자금 105억 원)이 신한은행을 통해 로얄클래스 M 펀드에 투자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WBL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서 로얄클래스 M 펀드의 만기는 2020년 3월에서 9월로 연기됐고, 결국 9월 말 환매가 중단됐다. 게다가 교보증권이 KB증권과의 총수익스왑(TRS·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교환하는 계약)으로 투자해, 회수한 대출금은 KB증권에 상환됐다. 결국 2020년 11월 신한은행은 투자자에게 ‘펀드 기준가가 최초 투자 금액의 1% 내외로 조정된다’라는 내용을 담은 손실 확정 안내문을 발송했다. 투자금의 99%가 사라진 셈이었다.

 

환매 중단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로얄클래스 M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교보증권은 2020년 5월 운용사를 탠덤에서 PGCM으로 바꿨는데, 그해 6월 PGCM이 회계법인과 진행한 자산 실사에서 145건의 대출 채권 중 무려 142건이 부실 채권임이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 M 펀드’의 불완전 판매가 적발돼 2023년 7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결과적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본 데엔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의 책임이 컸다. 먼저 운용사인 교보증권의 의무 위반과 안일함이 있었다. 탠덤은 교보증권에 제공한 채권 관련 월말 보고서에 부실채권이 없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2019년 5월 상당수 대출 채권이 연체되는 등 부실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탠덤이 제공한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교보증권은 로얄클래스 M 펀드를 설정하면서 자산 실사도 나가지 않았다. 교보증권은 이미 2018년 7월 동일한 구조의 펀드를 설정한 적이 있었다. 두 달 뒤인 9월 이 펀드의 실사를 진행했기에 로얄클래스 M 펀드를 설정할 때는 실사를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9개월(2018년 9월~2019년 5월)은 대출 채권 내역에 변동이 생기기에 충분한 시기”라며 교보증권의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교보증권은 ‘재간접펀드 운용사로서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용사인 교보증권은 수익 구조와 위험 구조에 관해 합리적 조사로 정확한 정보를 판매사와 투자자에 제공해야 하지만 불명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라며 운용사로서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법원은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문제점을 확인하지 않은 신한은행도 잘못했다고 짚었다. 신한은행은 2018년 5월~2020년 1월 로얄클래스 M 펀드를 포함한 6종의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설명 의무 위반 등)한 사실이 적발돼 2023년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 정지 3개월 등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로얄클래스 M 펀드의 투자 대상인 대출 채권은 애초부터 위험한 상품이었다. 대출 이자율이 연평균 69%에 달했는데, 대출 대상에 대한 신용등급 제한조차 없었다. 언제든 부실 채권이 되거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 하지만 신한은행은 안정성만 강조하는 등 투자 위험이 왜곡된 상품 제안서를 영업점에 배포했다.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교보증권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항소 여부는 답하지 않았으나 “로얄클래스 M 펀드 투자자와의 사적 화해는 모두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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