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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걸린 유상증자 포기하나…이수페타시스, 제이오 인수 추진 앞과 뒤

금감원, 증권신고서 두 차례 정정 요구에 주주들 반대까지…최근 신고서에 일정 관련 내용 사라져

2025.01.23(Thu) 09:20:02

[비즈한국] 이수그룹 계열사 이수페타시스가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생산 기업​ 제이오 인수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는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도 제이오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를 둘러싼 여론도 비우호적인 셈이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사진=이수그룹 제공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생산 기업 제이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당시 “제이오 인수를 통해 기존 인쇄회로기판(PCB)에 집중된 단일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며 “고품질의 산업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소재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가 사업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는 PCB 전문 생산 업체다. 이 때문에 이수페타시스가 아니라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제이오를 인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수그룹 계열사로 화학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3분기 매출 6108억 원, 영업이익 764억 원을 거뒀고, 같은 기간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매출 2415억 원, 영업이익 133억 원을 기록했다. 제이오는 2023년 매출 1145억 원, 순이익 174억 원을 거뒀다.

 

제이오 인수 주체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아닌 이수페타시스인 것을 두고 음모론도 제기됐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64)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지분 7.48%를 갖고 있고, 김 회장의 아내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60)도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지분 2.65%를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부담되는 일은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 다만 김선정 관장은 이수페타시스 지분 4.27%도 갖고 있다. 김선정 관장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장녀다.

 

증권가에서도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CNT 기업 인수 투자 결정은 무리한 사업 확장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기존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동의 받지 못한 인수·증자 결정으로 멀티플(배수) 하락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 주주는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이수페타시스는 이번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이러한 비판을 무시한 채 유상증자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해 12월 이수페타시스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승인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진행할 수 없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거나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2월 11일 금감원의 요구대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제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같은 달 23일 동일한 이유로 정정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는 올해 1월 15일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1월 15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일정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이수페타시스는 당초 오는 2월 말 증자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이수페타시스는 증권신고서에서 “유상증자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증자 일정은 현재 미정”이라며 “추후 세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서초구 이수페타시스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이러한 이수페타시스의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주당 2만 7350원에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수페타시스의 현재 주가는 3만 원 전후 수준이다. 하지만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11월에는 2만 원 초반대로 하락했다.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2일에도 전거래일 대비 12% 하락한 2만 1100원에 마감했다.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절차에 돌입하면 다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셈이다. 주가가 2만 7350원 이하면 소액주주로서는 굳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소액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수그룹 계열사가 보유 지분율 이상의 비율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제3의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이수페타시스는 올해 1월 2일 제이오 인수 포기설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최소한 제이오 인수 포기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은 셈이다.

 

한편으론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 인수를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월 7일 소액주주연대와 만나 제이오 인수 강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철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를 인수하려면 오는 3월 7일까지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 대금은 총 1581억 2500만 원이다. 이 중 계약금 158억 1250만 원은 이미 지급했고, 잔금 1423억 1250만 원은 3월 7일 지급할 예정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인수 대금과 별개로 오는 3월 7일 제이오에 유상증자 형태로 996억 9414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수페타시스는 3월 7일까지 2420억 664만 원을 마련해야 한다. 제이오에 대한 유상증자 계획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잔금 1423억 1250만 원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에 바꾸기 어렵다.

 

이수페타시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83억 원이다.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면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수페타시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3.69%로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다른 조건의 변동 없이 부채만 5500억 원이 늘어나면 부채비율이 290.76%로 치솟는다. 이수페타시스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를 인수하려면 금감원 설득이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혼란한 상황을 고려하면 금감원 설득은커녕 관계자와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비즈한국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수페타시스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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