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업계 행사인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렸다. 기업 550여 개, 참가자 8000여 명이 모인 이번 콘퍼런스에서 화두는 무엇이었는지, 국내 기업들은 어떤 청사진을 제시했는지 등을 짚어봤다.
#인수합병·기술이전 ‘빅딜’ 다수 성사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과 기술이전 소식이다. 존슨앤존슨(J&J)은 약 146억 달러(약 21조 1800억 원)에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를 인수하며 조현병·양극성 장애 치료제 ‘카플리타’(성분명 루마테페론)와 범불안장애·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임상 2상 약물 ‘ITI-1284’를 도입했다. 일라이릴리는 약 25억 달러(약 3조 6300억 원)에 스콜피온 테라퓨틱스의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STX-478’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희소암 치료제 기업인 아이디알엑스(IDRx)를 11억 5000만 달러(1조 67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로 GSK는 IDRx가 개발한 표적항암 물질 ‘IDRx-42’를 확보하게 됐다. 란테우스는 약 3억 5000만 달러(약 5080억 1500만 원)에 라이프몰레큘러이미징을 인수했다.
기술이전도 이어졌다. 베링거인겔하임과 로슈그룹 산하 주가이제약은 각각 약 13억 달러(약 1조 8900억 원), 7억 8000만 달러(약 1조 1300억 원)에 시나픽스, 아라리스바이오텍으로부터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을 도입했다. 일라이릴리는 메디아 테라퓨틱스로부터 최대 7600만 달러(약 1102억 3000만 원)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기술이전했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경쟁 본격 돌입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계속 뜨거웠다. 일라이릴리는 경구용으로 개발 중인 젭바운드에 대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올해 2분기 공개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경구용 젭바운드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몇 주 안에 허가 신청을 진행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릭스 CEO는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가 당초보다 낮아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 “무엇이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스럽기 마련”이라며 “2024년 연간 기대 성장률은 32%였고, 예상 매출보다 4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도 경구용 비만약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메인트랙 발표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하반기에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 3상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23년 12월 2회 복용 버전의 프로그램이 중단된 후 하루 한 번 복용 버전으로 전환했다. 환자에게 더 편리한 대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미약품은 늦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서 “일라이릴리는 근육을 보전하는 것으로 병용 임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살이 빠질 때 근육까지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우리 파이프라인을 탐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HM17321’ 등의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두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삼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면서 “2∼3년 후 전임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CDMO 역량·신약 파이프라인 등 강조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휴젤 등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강조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6공장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96만 4000리터로 세계 최대 수준에 이르게 된다. 존 림 대표이사는 “2025년에도 5공장 준공 및 ADC 생산 개시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며 “생산능력,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 등 3대 축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신약 파이프라인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4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간다. 서진석 대표이사는 ADC와 다중항체 신약 개발이 향후 셀트리온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다중항체 분야에서 4개 등 총 13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CDMO 시설 전환과 송도 바이오 캠퍼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SoluFlex Link)’도 공개했다. 제임스 박 대표는 발표에서 “올해 완공 예정인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은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을 갖춘 유연한 대규모 생산 시설이 될 것”이라며 “생산 공정 자동화와 첨단 제조 기술이 적용된 시설, 송도와 뉴욕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고객 만족은 물론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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