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네이버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로 꼽힌 다음이 앱 전면 개편과 함께 12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다음 서비스를 관리하는 카카오의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는 여러 색상이 섞여 있고 높낮이가 있어 복잡했던 기존 로고를 종전보다 간단하고 선명하게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음의 출발은 예술과 가까웠다. 그 역사는 사진을 전공한 박건희와 전산학과 출신 이재웅, 이택경이 뭉쳐 1995년 설립한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된다. 사명인 ‘다음’은 다음(Next)을 준비하는 회사, 그리고 다양한 소리(多音)의 조화라는 의미를 함께 지녔다. 다음의 첫 서비스는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로, 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웹사이트로 볼 수 있는 가상 갤러리를 만들고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인터넷으로 24시간 생중계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국내 최초로 평생 무료 이용을 내건 전자우편 서비스 한메일을 론칭하여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초에는 인터넷 카페 서비스가 히트하면서 포털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지식iN과 블로그를 앞세운 네이버에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력 서비스였던 다음 카페의 수요도 점차 네이버 카페가 흡수했다.
로고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의 로고는 항상 화면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인터넷 업계의 로고 트렌드는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종 업계 브랜드를 보면 대부분 평범한 산세리프 알파벳이 일렬로 늘어선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2001년부터 디테일만 다를 뿐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했고, 오랫동안 얇은 세리프를 지켰던 구글 로고도 2015년 비교적 평범한 산세리프로 바뀌었다. 카카오와 NHN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행렬에 다음 로고가 추가됐다.
새로운 로고의 가장 큰 문제는 읽기 힘들다는 점이다. 새 로고는 뭉쳐 있던 기존 로고를 풀어서 일렬로 늘어놓았는데, 중간의 A가 O나 Q로 오독될 수 있다. 기존 A는 약간 가독성이 떨어져도 그림에 가까운 ‘보는 그래픽’으로 받아들여졌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글자들이 서로 떨어지니 폰트에 요구되는 덕목인 ‘읽는 그래픽’ 특징이 강조되면서 A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모서리에 각을 세운 기존 디자인과 달리 곡선을 넣어 부드럽게 처리한 것도 좋지 않다. DAUM을 읽는 시선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고 마치 빙판에서 미끄러지듯 위아래로 빠져나가 버린다. 아예 새로운 서체를 도입하는 방향이 나았을 것이다.
색상도 좀 더 밝은 톤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색상 명은 딥 블루라고 하는데, 딥 블루라는 이름 아래 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다. 지금은 언뜻 보면 블랙에 가까운 블루여서 상당히 어두운 느낌을 준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 줄 알았다는 부정적 피드백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 정도의 밝은 톤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명도를 높인 블루로도 충분히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로고가 외치는 다양한 소리를 버린 다음은 현재의 매출 감소 국면을 다양한 서비스로 돌파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변경 전 다음 로고는 한국 포털 시장에서 유일하게 남은 ‘튀는 로고’였다. 이를 포기했다는 것은 시류를 따르겠다는 상징적인 의사 표시다. 계속 줄고 있는 존재감과 서비스 이용률은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개성을 버리고 평이함을 택한 다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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