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팬데믹 기간 건강식에 대한 관심으로 성장세를 타던 유기농 유통업체들이 실적 저하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경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비싸도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던 수요가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로 옮겨가면서 시장 분위기가 침체했다고 설명한다.
#오프라인 점포 40개 이상 정리
최근 유기농 매장을 자주 이용하던 소비자 사이에서는 매장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A 씨는 얼마 전 자주 이용하던 유기농 전문점 폐업 문자를 받았다. 그는 “경영 상황이 어려워 매장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며 매장 운영을 종료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친정 근처에 있는 유기농 전문점도 문을 닫았다”며 “유기농 매장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매장을 이용하려면 일부러 멀리까지 나가야 할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12월에만 서현역점, 은여울공원점, 우면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한살림도 최근 개신점, 화명점, 신봉점 등의 문을 닫았고, 자연드림도 서울북가좌점, 정자점, 위례신도시점 등을 정리했다.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유기농 전문업체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다 건강에 관한 관심도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맛과 건강을 생각하는 ‘헬시플레저’가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고, 비싸도 좋은 것을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유기농 먹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가 확대됐고, 유기농 판매 업체들의 성장세도 멈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유기농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경기의 여파인지 다소 분위기가 식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유기농 업체의 오프라인 점포 폐점률이 높아지고 있다. 유기농 식품이 가성비보다는 건강식을 선호하는 분들이 찾는 시장이다 보니 내수 한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로 꼽히는 초록마을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오프라인 가맹점 수를 10%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점포 수가 오히려 줄었다. 2020년 396개였던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24년 초 360개로 감소했고, 현재는 313개로 줄었다. 초록마을이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오프라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점포 수 감소로 인해 작년 매출이 하락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초록마을은 2022년부터 실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022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1909억 원으로 줄고, 2023년에는 1788억 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액은 같은 기간 41억 원에서 83억 원, 86억 원으로 확대됐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계약 기간 만료 등 자연 감소로 점포 수가 줄었다”며 “다만 최근 2주 동안 3개 매장이 신규 오픈하는 등 출점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육각과 ‘시너지’ 어떻게 낼까
초록마을은 대상홀딩스가 운영을 맡은 2018년부터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2022년 M&A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초록마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많았다. 친환경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급증한 시기인 만큼, 유기농 전문업체인 초록마을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컬리, 이마트에브리데이, 바로고 등도 초록마을 인수에 눈독을 들였지만, 결국 스타트업인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유기농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고, 초록마을은 정육각에 인수된 후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정육각은 지난해 4월과 6월, 초록마을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며 이후 분기 흑자까지 이뤄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한 분위기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현재 4분기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월 단위 흑자를 낸 달들이 있었다. 다만 내수 한파로 분기 흑자는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육각은 초록마을과 통합 시너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안심 먹거리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보한 초록마을의 오프라인 매장에 축산물을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지난해 일부 초록마을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정육각 코너를 오픈하기도 했다. 다만 향후 추가 출점 계획은 미정이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IT, 생산, 물류 등의 인프라에서 비용 절감과 품질 및 서비스 개선, 프로세스 간소화 등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제는 고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영역(상품 기획 및 개발, 소싱 등 개별 상품)으로도 시너지를 확장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1월 싱가포르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연말께 초도물량 선적을 마침에 따라 올해부터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올해는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상권 분석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전국 상권 분석과 로컬 기반 점주 모집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대형 유통망과 연계한 키 테넌트(Key tenant, 핵심 점포) 숍인숍도 추진할 것”이라며 “점포별 맞춤형 성장 전략을 전개해 나갈 계획도 있다. 미주 등으로 수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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