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의 벤처기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평가 가치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만 되도 엄청난 성공이라며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불리던 상황을 넘어 이제는 헥토콘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유니콘 기업의 100배 규모의 기업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에서 100을 뜻하는 접두어 ‘헥토(hecto)’를 붙인 것이다. 틱톡 개발운영사인 중국 벤처기업 바이트댄스가 세계 최초 헥토콘 기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헥토콘 기업이 늘면서 이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우리나라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비중은 줄고 있다. AI 열풍에 뒤처진 영향이 큰데 지난해 세계 흐름을 따라잡겠다며 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킨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은 더욱 감소할 우려가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월 10일부터 사흘간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초격차 스타트업 기업활동(IR) 행사’ 등을 가졌다. 해외 벤처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은 물론 대형 벤처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을 소개하고 투자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행사를 마련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대책을 시행해왔지만 여전히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 자금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 자금 유치를 위해 2022년 9월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 2023년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 2024년 10월 벤처·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위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 전체 벤처투자액 중 글로벌 벤처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21년 국내 전체 벤처투자액은 15조 9371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글로벌 벤처 국내투자액은 9895억 원으로 비중이 6.2%였다. 그런데 이러한 비중은 2022년에 4.9%로 줄어든 데 이어 2023년에는 2.1%까지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벤처투자액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액은 2022년 12조 4706억 원에서 2023년 10조 9133억 원으로 줄었다. 글로벌 벤처 투자 유치는 처참한 수준이다. 2021년 1조 원을 바라보던 글로벌 벤처 국내투자액은 2023년 2318억 원으로 2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에 대한 글로벌 벤처 투자 유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싱가포르는 벤처투자액 중 외국자본 비중이 84%에 달하고, 영국도 74%나 됐다. 자국 벤처캐피탈이 넘쳐나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에도 벤처투자액 중 외국자본 비중이 각각 7%와 12%를 기록해 한국보다 높았다. 이처럼 글로벌 벤처캐피탈들의 투자가 많은 국가들은 모두 AI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는 국가들이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 73개국을 대상으로 AI 기술 성숙도와 잠재력을 종합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 등 5개국만이 최상위권인 ‘AI 선구자’(AI pioneers)로 꼽혔다. AI 분야에서 뒤져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글로벌 벤처 투자업계의 주목을 끌만한 벤처 기업을 가진 국가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벤처시장 흐름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2024년 1분기~3분기 벤처캐피탈 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를 이끈 분야는 AI다. 1분기 최대 투자액인 40억 달러를 끌어들인 앤트로픽을 비롯해, 2분기에는 스케일 AI가 10억 달러를 유치했고, 3분기에는 AI 관련 방산업체 안두릴이 15억 달러 투자를 받는 등 AI가 벤처캐피탈 투자 최대 분야로 자리잡았다. KPMG는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3분기에 AI에 대한 강력한 투자가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AI 투자를 위해 대기 중인 글로벌 자금 1750억 달러(약 255조 원)를 미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며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재판과 상관없이 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계속되도록 AI 정치권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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