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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진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안티드론 시스템 무용론 나오는 까닭

광섬유, AI 등 안티드론 기술 무력화…하드킬 시스템 전환 필요

2025.01.17(Fri) 11:35:38

[비즈한국] ‘드론 전쟁’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되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은 수만 대 이상의 드론을 동원하고 있으며, 군사 작전의 핵심이 드론과 같은 완전 무인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구소련 시절의 유산인 대규모 전차전을 실시했으나, 전쟁 초반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와 같은 중형 무인공격기와 수백 달러에 불과한 FPV(First Person View) 드론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드론을 막기 위해 이른바 ‘새장’을 두른 전차를 분산 투입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시험중인 광섬유 자폭드론. 사진=X front_ukrainian

 

우크라이나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레오파르트2 전차, M1A1 에이브럼스 전차 등 첨단 기갑 전력이 러시아의 FPV 드론에 큰 타격을 입었고, 포병 부대 또한 적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 구역에서도 러시아제 란쳇(ZALA Lancet)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아 포 사격이 크게 줄어들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생산한 샤헤드(Shahed)-136 드론 백여 대의 공습을 당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미래전의 핵심 무기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드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육·해·공군은 모두 드론 전력 및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며 드론 연구센터, 교육센터, 시범 부대 등을 운영 중이다. 또한 드론을 신속히 획득하기 위한 여러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드론 전쟁에서 아군을 보호하는 안티드론(Anti-Drone) 사업이다. 현재 우리 군과 방위사업청, 국방부는 다양한 안티드론 무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실제 야전부대와 방공부대에서 여러 안티드론 무기를 시험적으로 도입해 전투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곧 고정형 설치 형태의 드론 방어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드론과 안티드론 시스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대한민국의 드론 전쟁 준비는 점차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제품을 도입하기도 전에 기존 제품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차세대 무기가 무서운 속도로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최근 취재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교육 부대, 드로나리움 아카데미의 교장 안드레이 아나토쉬는 기존 드론과는 전혀 다른 작전 개념의 드론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는 ‘광섬유 드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드론이 드론 전투의 양상을 바꾸고 있으며, 과거 드론이 없었던 전쟁과 드론이 사용된 전쟁의 차이만큼이나 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섬유 드론은 드론과 조종사가 광섬유(fiber optic)를 사용해 통신하는 방식이다. 드론에 매우 얇은 광섬유를 촘촘히 말아 통처럼 만든 컨테이너를 붙이면, FPV 드론은 마치 ‘무적의 병기’처럼 보인다.

광섬유 드론이 치명적인 이유는 기존 안티드론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안티드론 시스템은 ‘소프트 킬’ 방식으로 전파를 이용해 드론의 비행을 방해한다. 이는 전파 방해(Jamming), 지오펜싱, 스푸핑, 해킹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광섬유 드론은 전자파 간섭이 통하지 않아 이러한 방법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이 때문에 전자전 장비나 안티드론 건으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광섬유 드론을 활용해 적이 대응할 수 없는 드론 공격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다만, 광섬유 드론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광섬유 와이어를 끌고 다녀야 하므로 드론의 비행 성능이 저하되고, 삼림 지역 등에서는 광섬유가 쉽게 끊어져 사용이 제한적이다. 또한, 러시아군도 이 광섬유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B2B 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드론용 광섬유 컨테이너가 약 30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공급 중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AI 드론’이다. AI 드론은 표적을 포착하고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을 FPV 드론에 탑재한 형태로, 일부는 이미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드론은 구글의 ‘Tensor Flow Edge TPU’ 보드를 사용해 서버와의 통신 없이도 드론 내부 연산으로 AI 계산을 수행한다.

한국군과 한국의 군사 과학기술은 드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 육군과 방공부대에 배치된 안티드론 시스템은 100% 소프트 킬 방식으로, 대부분 GPS 신호 교란용 스푸핑 장비에 의존한다. 최근 배치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은 하드 킬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하드 킬 드론’을 개발해야 하지만, 군과 방위사업청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국내 두 개 이상의 업체가 하드 킬 드론 개발에 도전 중이지만, 군의 시험 평가와 소요 제기 없이 업체 자체 연구만으로는 기술을 성숙시키기 어렵다.

특히, 폭발물이 포함된 ‘탄두 내장 하드 킬’ 드론 개발은 더욱 어렵다. 미국의 RTX사가 만든 코요테 하드 킬 드론은 폭발물을 탑재한 탄두로 적 드론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으나, 국내 중소형 드론 업체들은 제도와 비용 문제로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동북아를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통해 광섬유 FPV 드론을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대비하려면 반드시 소프트 킬 방식에서 하드 킬 방식으로 안티드론 시스템의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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