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갑작스레 사임한 김형석 전 LB자산운용 대표와 회사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에 나섰다가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김 전 대표가 받은 처분으로 인해 임원 자격이 제한된 상태였는데도 대표직을 이어간 사실이 드러나자, 금융당국은 LB자산운용과 김 전 대표에게 기관경고·해임 등의 처분을 내렸다. LB자산운용과 김 전 대표는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며 처분 취소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LB자산운용은 부동산, 사회기반시설 등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다. 2023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은 5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LB그룹의 자회사인 LB자산운용은 범LG가 기업으로 분류된다. LB자산운용의 지분 45%를 보유한 LB그룹의 주주로는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수석 부회장(지분 28.27%), 그의 동생인 구본완 LB휴넷 대표(26.65%), 구 부회장의 장남인 구상모 씨(10.77%) 등 LG 일가가 포진해 있다. 구본천 부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다. LB자산운용의 주주 명단에도 구상모 씨(13.1%), 구본완 대표(12.1%)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형석 전 대표는 2016년 LB그룹과 공동 출자해 LB자산운용을 창업했다. 그는 회사 지분 20%(보통주 11만 2000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부문 부사장 출신으로, 2016년 7월부터 LB자산운용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김 전 대표는 갑작스레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22년 3선임에 성공해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이었다. LB자산운용은 2024년 5월 24일 김형석 전 대표의 해임과 함께 이정환, 김도한 신임 공동대표 선임을 공시했다. 김 전 대표의 사임 이유는 ‘금융감독원 수시검사 조치로 인한 해임’으로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사임한 건 임원 자격이 없는데도 대표이사로 연임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김 전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2017년에 주식 거래에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회사에 매매 명세를 통지하지 않은 행위 등이 금감원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2018년 3월 ‘퇴직자 위법·부당사항 조치’에 따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의 임직원은 자기 명의로 투자 상품을 매매해야 하고, 매매 명세를 분기별로 소속된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는 제재 종류에 따라 임원 자격을 갖는 기한을 제한하고 있다. 정직 조치는 제재 요구일로부터 4년, 감봉 조치는 3년이다. 정직 처분을 받은 김 전 대표의 경우 2018년 3월부터 4년간 임원 자격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LB자산운용 대표직을 이어갔다. 2019년 3월과 2022년 3월 대표 선임 과정에서 LB자산운용에 징계내역 확인서를 제출했으나, ‘재직 기간 중 징계 여부란’에는 ‘없음’으로 기재했다. 회사 측이 김 전 대표의 처분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다.
이 사실은 지난해 3월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금융위는 결격사유가 있는 임원을 선임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은 LB자산운용에 기관 경고와 과태료 6240만 원을 부과하고, 김 전 대표에게는 해임 요구 처분을 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와 LB자산운용은 같은 해 4월 금융당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제재 이력이나 부적합한 자격 요건을 은폐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재판장 김순열)는 2024년 12월 19일 LB자산운용과 김 전 대표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요구 처분 및 기관 경고 처분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김 전 대표가 처분 내용을 알았고, 금융업계 경력을 감안하면 임원 결격 사유가 된다는 점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징계 이력이 없는 확인서를 제출한 것도 결격 사유가 될 기록이 남기 전에 미리 확인서를 발급받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가 LB자산운용 이사로서 직접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문제로 짚었다.
LB자산운용에는 고의성이 없어도 법을 위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임원 자격요건 부적합 사실을 은폐할 목적이 없었더라도, 기관 경고 처분은 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는 법의 목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라며 “(김 전 대표가) 대표이사 지위에서 자격요건이 없는 스스로를 대표로 선임하고 이를 공시한 이상, 그에 관한 책임을 회사가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기관 경고 처분으로 얻는 불이익에 비해 금융시장의 공정성 회복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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