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편의점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3년 더 연장됨에 따라 편의점 업계 신규 출점은 올해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계약이 만료되는 타사 점포를 뺏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인데, 브랜드 경쟁력이 낮은 세븐일레븐에겐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폐기 지원금 업계 최대 수준으로 올리고 의료 지원 강화
지난해 연말 만료된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이 3년 추가 연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업계는 2018년 과다출점 방지를 위해 편의점끼리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을 맺었다. 이미 운영 중인 편의점(담배판매소) 인근 50~100m 이내 출점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자율규약은 3년 시행 후 2021년에 3년 연장(2024년 12월 만료)을 결정했다. 지난해 연말 만료를 맞았으나 업계에서 3년 추가 연장을 결정한 상황이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미니스톱을 세븐일레븐이 인수하게 되면서 미니스톱 문구를 삭제하는 등의 일부 내용 수정이 있었다. 수정된 규약 원문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내 보완심의를 신청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심사가 통과되면 변경된 날짜로부터 3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근접 출점 제한이 기존과 같이 유지됨에 따라 올해도 편의점 업계는 신규 출점에 속도를 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S25, CU 등도 올해 출점 목표치를 전년보다 하향 조정했다는 후문이다.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해 브랜드끼리 점포를 뺏고 뺏기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빼고는 더 이상 신규 출점할 곳이 없다는 평가다. 편의점 시장도 통신사처럼 타사 브랜드를 자사로 전환하려는 쟁탈전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계약 종료 매장을 사수하고, 타 브랜드 점주 모시기를 위해 가맹점 상생안에 힘을 주고 있다. 지원금을 확대하거나 가맹점주 대상의 복지 정책을 만들어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상생안을 내놓은 브랜드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가맹점 상생협약을 통해 폐기 지원금을 업계 최대 수준으로 올렸다. 편의점 매출의 핵심인 삼각김밥, 김밥, 도시락과 같은 푸드류 폐기 지원율을 기존 최대 40%에서 50%까지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은 2023년부터 스파게티, 우동 등 간편식의 폐기 지원율도 최대 50%로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푸드류까지 폐기 지원율을 확대한다는 정책이다. 의료 복지 제도 등 가맹점주를 위한 복리후생에도 힘을 줬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쌀로 만든 간편식류의 경우 폐기 지원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 의료 제도 등도 기존보다 확대한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니스톱 인수 후 수익성 악화, 점포 수 확대 속도 더뎌
세븐일레븐이 업계 최대 수준의 지원 제도 등 가맹점주 친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사 브랜드 가맹점을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S25나 CU 등이 인기 콘텐츠 등과 연계한 신제품 개발 등에 열을 올릴 때도 세븐일레븐은 관련 상품을 거의 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상품을 많이 내놓아야 그 안에서 히트 상품도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업계는 통상 점포 수로 시장 순위를 매긴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매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를 결정할 때만 해도 ‘편의점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좀처럼 가맹점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니스톱 인수 작업이 완료됐지만, 여전히 GS25·CU와 점포 수 격차가 크다. 2023년 말 기준 CU는 1만 7762개, GS25는 1만 7390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세븐일레븐 매장은 1만 3130개에 그쳤다. 2022년 말 1만 4265개였던 점포 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 과정에서 저효율, 저마진 점포의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너무 수익이 안 나거나 어려운 매장을 일부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점포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편의점 사업에 대한 투자비도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2024년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사업 부문 연간 투자 금액 예산은 654억 87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중 3분기까지 집행한 예산은 570억 1600만 원이다. 반면 GS리테일은 연간 투자 예산을 3911억 3300만 원으로 잡고 3분기까지 2809억 5600만 원을 썼다. BGF 리테일도 3369억 4600만 원의 2024년 투자 예산 중 2036억 6600만 원을 집행했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사업에 대한 투자금을 크게 줄이는 분위기다. 미니스톱 인수 작업에 나섰던 2023년과 2022년에는 각각 1204억 2500만 원, 2109억 4000만 원을 투자했다. 인수 전인 2021년(1722억 4900만 원), 2020년(1427억 1000만 원)과 비교해도 지난해 투자금(654억 8700만 원)은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미니스톱 인수 이후 코리아세븐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4조 595억 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액은 52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임금 동결 조치에도 들어갔고, 운영비 절감을 위해 본사 사옥도 이동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조금씩 개선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출점은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무분별한 출점보다는 고효율 입지에 신중하게 출점하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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