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 캐릭터는 AI(인공지능)이며 실제 사람이 아닙니다. AI가 말하는 모든 것을 허구로 생각하세요.” 2022년 9월 대중에 공개된 ‘캐릭터닷ai(Character.ai)’는 다양한 AI 캐릭터 봇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허구를 강조하지만 몰입을 유도한다. 영국의 해리 포터 시리즈,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DC스튜디오의 배트맨 등 몰입형 대화 수요가 높은 팬덤 문화에 뿌리를 두고 활성 이용자 2000만 명 이상을 확보하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11월 말 저작권 문제로 해리 포터, 배트맨, 조커 봇이 불시에 삭제되자 운영사와 지적재산권(IP)을 소유한 제작사에 항의가 빗발쳤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명 인물이나 직접 성격을 부여한 아바타와 가상 대화를 나누는 캐릭터 채팅 서비스가 AI B2C(기업-개인 간 거래) 수익화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제타’와 ‘뤼튼’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구글,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자사 플랫폼에 관련 서비스를 적용하거나 기술을 개발 중이다.
#‘허구’지만 빠져든다…AI 주요 비즈니스 모델 급부상
2023년 135억 달러(19.7조 원) 규모에서 10년 뒤인 2033년 2558억 달러(329.5조 원) 규모로 시장 팽창이 예상되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들은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 대상 수익화가 유망한 서비스로는 캐릭터 챗봇이 지목된다. 가상 캐릭터와의 롤플레잉, 감정적 교류 등을 겨냥한 서비스로 아직은 생소하지만 AI 동반자 서비스, 챗봇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불릴 만큼 사업 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글로벌 선두두자 캐릭터닷ai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1.4조 원)에 달한다. 구글에서 챗봇을 개발한 두 연구원이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지난해까지 고전 문학·영화·게임 캐릭터부터 심리 치료사까지 1800만 개의 챗봇이 생성됐다. 국내 스타트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콘텐츠 생성 플랫폼 뤼튼은 서비스 개시 1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활성 이용자 수 500만 명을 기록했다. 서비스 운영사인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4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대 여대생 콘셉트의 챗봇 ‘이루다’로 이름을 알린 스캐터랩은 지난해 AI 기반 스토리 플랫폼 제타를 출시하며 감성형 AI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출시 6개월간 이용자 100만 명을 모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SK텔레콤(150억 원)을 포함해 소프트뱅크(13억 원), 크래프트(10억 원) 등 현재까지 41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캐릭터 채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들 외에 주요 빅테크들도 가상 인물이나 구체적인 설정값을 부여한 채팅 옵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각)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자사 서비스 챗GPT에 맞춤형 상호 작용 옵션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대화하는 챗봇에 선호하는 이름과 직업, ‘수다스러운’, ‘용기를 주는’ 등의 특성을 별도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같은 서비스 개편은 일부 이용자에게만 제공된다. 메타도 자사 메신저앱 왓츠앱에 AI 전용 탭을 추가하고 ‘인기 있는 AI 캐릭터’와의 대화나 AI 캐릭터 생성 등을 지원하는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독 모델·부분 유료 서비스 개시, 저작권·부작용은 풀어야 할 과제
캐릭터 채팅 서비스의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수익화에 가장 앞서 있는 캐릭터닷ai의 경우 타깃 그룹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돋보인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프리미엄 구독 모델인 ‘ai+플랜’을 이용하려면 월 9.99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유료 버전에서는 무료 버전일 때 제한되는 주제에도 접근이 가능하고, 더 빠르게 응답을 받는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뤼튼은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지만 지난해 10월 유료 기능인 ‘슈퍼챗’을 도입해 수익화에 나섰다. 뤼튼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일반 채팅과 슈퍼챗은 기반 AI 모델이 각각 ‘클로드 하이쿠 3.0’와 가장 고도화된 ‘뉴 클로드 3.5’로 차이가 있다. 슈퍼챗을 통해 대화하는 챗봇은 맥락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주어진 역할과 상황에 완벽히 몰입한다는 것. 인터랙티브 AI 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하는 제타는 지난해 9월 앱 내 재화 ‘피스’를 구매해 채팅 중 AI 캐릭터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유료 기능을 추가했다. 해외 서비스 사례를 살펴보면 인플루언서 클론을 접목한 AI 음성 챗봇 ‘포에버보이스’, 유사 연애 목적 등으로 수요를 확보한 ‘레플리카’가 수익 모델 구축에 나섰다.
캐릭터 채팅의 주 이용자가 대부분 청소년과 20대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시간 스토리 창작 등 제작 분야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은 긍정적이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 연구소 대표는 “기본 틀은 AI 아바타에 원하는 인격을 부여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용자의 외로움 해소를 위한 플랫폼이나 상담 기능 등에서 매력적인 소구 포인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국내 플랫폼은 윤리적 이용 안내 및 동의 절차 밟게 하거나 세이프티 필터 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안전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문제가 실제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왕좌의 게임 캐릭터 봇과 수개월 동안 채팅한 미국의 한 소년이 사망한 사건으로 캐릭터닷ai은 유가족에게 소송을 당했다. 앱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재미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화 유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작권 등 법적인 제약이 향후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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