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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김그로-행복의 두 얼굴

2025.01.14(Tue) 10:39:21

[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김그로 회화의 주제는 행복의 모습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기억의 이미지를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끌어낸다. 사진=박정훈 기자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도 했고,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홍보대사를 지낼 정도로 각별하다. 그가 우리 문학계에 알려진 것은 초기작 ‘홍수’ 덕분이었다. 이 소설은 삶의 모순을 주제로 한 앙티 로망 풍 작품이다. 소설 끝 부분에는 작품의 주제를 집약한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문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죽어가는 것이다.’

 

삶이 곧 죽음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이처럼 ‘모순’은 예술의 매력적인 주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순을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그로의 작품도 모순에서 출발한다. 그는 행복의 두 얼굴을 한 화면에 담는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밝은 것처럼 행복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생각이다. 

 

꽃이 피었다: 45.5×33.5cm Acrylic on canvas 2024

 

그래서 작가의 화면에는 대립 관계에 있거나 상치되는 것들이 등장한다. 인공물과 자연, 야외와 실내,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 이런 것들이 하나의 상황 속에서 어우러지도록 엮어내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장식성이다. 

 

그의 그림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형상의 캐릭터다. 이런 장식성 덕분에 그의 그림은 대중에게 쉽게 읽힌다. 그림이 사람들 시야에 빠르게 잡힌다는 것은 그만큼 설득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게 김그로 회화의 강점이다. 

 

김그로 회화의 주제는 행복의 모습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기억의 이미지를 보통 사람들의 공감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결집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데 행복은 그 순간에는 인식하기 어렵다. 행복의 기억보다 훨씬 더 많은 불행의 경험들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속에서: 80×117cm Acrylic on canvas 2024

  

 

행복은 손 안에 잡히는 극히 소소한 일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에서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그래서 작가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오소네’다. ‘오! 손에’ 잡히는 작은 행복에서 행복 이미지를 찾고자 하는 작가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작은 눈에 긴 단발머리, 통통한 몸매를 가진 오소네는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귀여운 모습의 인형 같은 느낌도 든다. 작가는 오소네를 “내 모습과 가족의 이미지를 결합해 만들었다”며 “나이나 성별이 없는 캐릭터”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오소네가 여행하듯 장소를 옮겨가며 연출하는 상황을 그린다. 오소네의 밝은 모습과는 상반되는 배경이 모순적으로 보인다. 어두운 숲이나 밤하늘 같은 것들인데, 이들 덕분에 오소네의 밝은 이미지가 더욱 도드라진다.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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