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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입사 30년 만에 '독립'…정용진의 신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모친 이명희 회장 지분 10% 인수…첫 영업적자 등 부진 타개할 묘수 있나

2025.01.13(Mon) 17:50:37

[비즈한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독자 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매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친인 이 총괄회장 지분 전부를 사들이면서 정 회장은 ‘정용진표 이마트’를 선보이게 됐고,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 7582주(10%)를 매수한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Character(인물)

 

정용진 회장은 1968년 9월 1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으로 동생은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이다.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입학했으나 1년 정도 다닌 뒤 중퇴했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교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3년 배우 고현정 씨와 결혼해 아들 해찬 씨와 딸 해인 양을 낳았다. 하지만 결혼생활 10년 만인 2003년 이혼했다. 2011년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와 재혼해 1남 1녀 쌍둥이를 낳았다.

 

동물애호가로 소문나 있다. 2015년엔 ​반려견을 ​최대 30마리 키우기도 했다. 특히 스탠더드 푸들을 좋아한다. 반려견인 몰리의 이름을 따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몰리스 펫샵’을 론칭했을 정도. 취미는 요리다. 개인 쿠킹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인들을 초대해 요리해주는 것을 즐긴다.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재계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현재 정 회장의 SNS 팔로어 숫자는 80만 명 이상이다. 왕성한 SNS 활동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용진이형’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3월 회장 취임 이후에는 SNS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MBTI는 INFJ다.


#Career(경력)

 

정 회장은 대학 졸업 후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와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서 1년간 근무 후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했다. 1997년에는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2000년에는 경영지원실 부사장 직을 맡았다. 2006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직에 오른 뒤 18년 만인 2024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프로야구팀 SSG랜더스를 창단해 구단주를 맡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1999년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Capability(역량)

 

미식가로 소문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의 식음료 사업을 주도했다.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것이 스타벅스다.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즐겨 찾았던 정 회장은 1999년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2010년에는 미국 딘앤델루카의 한국 사업권을 확보해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했다. 와인에도 관심이 많아 신세계L&B를 통해 와인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수제맥주전문점인 데블스도어 론칭 때도 사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낸 것으로 알려진다.

 

스타필드는 정 회장의 야심작 중 하나다. 정 회장은 ‘스타필드’라는 명칭을 직접 정할 정도로 스타필드 사업에 관심도가 높다. 2016년 하남점을 시작으로 5개 지점으로 수원, 고양, 안성, 명지에서 운영 중인 스타필드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를 론칭하는 데도 힘을 썼다. 정 회장은 2015년 이마트 본사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마트 비밀연구소’를 만들었다. 이마트 비밀연구소의 첫 성과물이 ‘노브랜드’ 론칭이었다. 노브랜드 매출액은 2023년 기준 1조 3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 라오스 등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2024년 12월 16일부터 21일까지 트럼프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고, 이곳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트럼프와 10~15분가량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국내 기업인은 정 회장이 최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세계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Critical(비판)

 

정 회장은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갖고 있다.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 중 실적 부진으로 철수한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일본 생활용품전문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을 국내 론칭했지만 계속된 적자로 2년이 채 안 돼 사업을 정리했다. 2016년에는 190억 원을 들여 제주소주를 인수했으나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오비맥주에 매각했다. 드럭스토어 분스·부츠, ‘정용진 화장품’으로 불리던 센텐스·스톤브릭 등도 모두 실적 부진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꼽히는 G마켓 인수도 여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21년 3조 4440억 원을 들여 G마켓을 인수했다. 하지만 G마켓은 줄곧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마트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2023년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진=비즈한국 DB


#Challenges(도전)

 

12일 이마트는 정 회장이 2월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 7582주(10%)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매수한다고 밝혔다. 1주당 가격은 7만 6800원으로 책정돼 총액은 2140억 8600만 원에 달한다. 증여 대신 전량 매수를 결정함에 따라 정 회장은 개인 자산을 투자해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매수한다.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18.56%에서 28.56%로 높아진다.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이 사라지면서 정 회장의 독자 경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지난 2019년 모친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함께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한  정용진 당시 신세계 부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이마트 경영에 대한 정 회장의 책임감도 커지게 됐다. 이마트는 2023년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마트는 지난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으나 업황 악화로 올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정 회장은 지마켓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았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독립된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라, 업계는 합작법인 시너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다. 신세계가 2021년 네이버와 지분교환을 통해 동맹을 맺은 후에도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4조 5693억 원을 투입하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용진 시대’를 맞은 정 회장이 이마트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는 때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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