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역할이 커지면서 금감원 조사 이후 검찰 수사 및 기소로 이어지는 루트가 생긴 가운데, 다음 수사 대상은 고려아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말, 고려아연의 2.5조 원 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고려아연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신속 수사 전환(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이첩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카카오그룹 사건, 은행 금융사고 등을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해 기소까지 이끌어낸 바 있기에, 고려아연 사건도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려아연은 ‘이첩’하고 MBK ‘보도’는 선 그어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조사 끝에 지난해 10월 31일 2조 5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과정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이사회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 사이, 고려아연 경영진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분쟁 속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당 83만 원에 자사주 233만 1302주를 공개 매수했다. 일부 기간이 겹치는 10월 14부터 29일 사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도 했는데, 고려아연 경영진은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향후 재무구조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이 없다”고 적시했다.
금감원은 일련의 과정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경영진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고려아연은 2주 만인 지난해 11월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허위 기재 혐의가 자본시장법 178조에서 규정한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조사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누구든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부정한 수단이나 풍문, 위계(거짓된 계획)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미리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면 시장에 계획을 허위로 알린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수사 대상 확대될까
새해 들어 MBK파트너스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 경제매체가 지난 8일 ‘금감원이 MBK가 고려아연의 미공개 컨설팅 정보를 넘겨받은 뒤 관련 정보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악용한 혐의를 적발했고 이를 검찰에 이첩했다’고 보도한 것.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의문의 대량매도로 주가가 하락한 것에 당국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이 검찰에 ‘분쟁을 벌인 양측 모두 수사해달라’고 의뢰했다는 것인데, 금감원은 이 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이번 내용은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보도”라고 반박한 뒤 “(이 보도의)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표결에서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사 선임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분쟁이 일단락되고 나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인 KB증권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했는데, 두 증권사도 사전에 유상증자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민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본시장법 179조는 ‘부정거래를 주도한 이사회는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240만 원을 넘을 정도로 급등했던 고려아연 주가는 13일 현재 86만~87만 원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데, 형사 사건 처분에 따라 주가 폭락의 책임을 묻는 개미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금감원이 상장사 관련 사안에 대해 1차적인 조사를 하는 ‘수사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금감원이 패스스트랙으로 넘기면 검찰이 수사해 기소하는 하나의 루트가 확고해졌다”며 “패스트트랙이 ‘무조건 수사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영권 분쟁 관련 고려아연 사태에도 조만간 압수수색 등 칼날을 꺼내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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