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호석유화학(금호석유)그룹 계열사 금호개발상사가 1월 2일 제이씨그린바이오(JC그린바이오)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씨그린바이오는 경상남도 김해시 소재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금호개발상사는 제이씨그린바이오 인수에 113억 원을 투입했다. 금호개발상사는 제이씨그린바이오 인수를 통해 폐기물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모양새다. 금호개발상사에는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77)의 장녀 박주형 금호석유 부사장(45)이 근무하고 있다. 금호개발상사의 폐기물 사업이 성공하면 박 부사장의 사내 입지도 상승할 전망이다.
제이씨그린바이오는 2015년 설립된 종합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그 중에서도 폐목재 전문 처리 업체로 알려졌다. 제이씨그린바이오의 회사 규모는 금호석유에 비하면 크지 않다. 제이씨그린바이오의 자산총액은 2023년 말 기준 70억 원, 제이씨그린바이오의 2023년 매출은 58억 원 수준이다. 반면 금호석유의 자산총액은 8조 원에 달한다. 금호개발상사는 제이씨그린바이오의 당장 실적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고려해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개발상사는 무역 업체로 재활용 사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호개발상사는 지난해 2월 사업목적에 △지정 외 폐기물 수집, 운반업 △지정 외 폐기물 처리업 △건설 폐기물 처리업 △비금속류 해체 및 선별업 △비금속류 원료 재생업 △재생용 재료 수집 및 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금호개발상사의 사업 확장에는 오너 일가의 존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찬구 회장의 장녀 박주형 부사장은 2023년 5월 금호개발상사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금호개발상사는 특히 재활용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호개발상사는 지난해 9월 자회사 금호그린바이오부산을 설립했다. 금호그린바이오부산은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금호그린바이오부산 사업목적에는 ‘건축자재 및 가구 원자재 수입 및 유통·판매’와 ‘우드칩 및 톱밥의 생산 및 유통·판매’도 등록돼 있다. 제이씨그린바이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호그린바이오부산과 제이씨그린바이오는 이전부터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린바이오부산은 지난해 10월 제이씨그린바이오 소유의 경상남도 김해시 공장을 35억 원에 인수했다.
그간 금호석유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재활용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금호석유가 관심을 보인 분야는 재활용스티렌(RSM) 관련 사업이다. RSM은 폐폴리스티렌을 열분해해 얻은 친환경 원료로 주로 합성고무나 합성수지의 원료로 재활용된다. 금호석유는 2021년 8월 미국 아질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RSM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유는 2022년 11월에는 프랑스 테크닙에너지스(Technip Energies·T.EN)와 폐폴리스티렌 열분해 및 RSM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석유의 RSM 사업은 예상보다 더디다. 금호석유가 2021년 언급한 RSM 공장은 아직 착공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에 따른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RSM 사업은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 영역”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RSM 공장 착공 관련한)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라고 전했다.
금호개발상사의 제이씨그린바이오나 금호그린바이오부산은 RSM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은 아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금호개발상사의 재활용 사업은 금호석유그룹의 재활용 사업과 별개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도 그룹 차원이 아닌 금호개발상사 독자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금호석유 관계자는 “(금호석유의) RSM과 제이씨그린바이오의 폐목재 사업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며 “두 사업 모두 재활용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RSM은 폐플라스틱을, 제이씨그린바이오는 폐목재를 활용하는 것이고 제이씨그린바이오 지분 취득은 금호개발상사만의 사업 목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이씨그린바이오는) 금호그린바이오부산과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시너지로 표현하는 것도 무방하나, 있는 그대로 법인 추가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며 “금호석유그룹 재활용 사업의 한 축을 주도한다기보다 금호개발상사의 사업의 한 축으로서 재활용 사업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개발상사의 재활용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박주형 부사장의 사내 발언권이나 입지도 상승할 수 있다. 다만 금호개발상사는 폐목재 재활용 사업 후발 주자인만큼 만만치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금호개발상사의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금호석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금호개발상사의 매출은 2023년 1~3분기 543억 원에서 2024년 1~3분기 440억 원으로 19.16% 줄었다. 금호개발상사는 2023년 1~3분기 2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2024년 1~3분기에는 77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폐목재 재활용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폐목재 재활용 사업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림청,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폐목재 재활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에너지 회수 용도에 적합한 폐가구류를 별도로 분류하고 그 외의 폐목재류는 재사용 또는 재생 이용이 우선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며 “폐목재류 재활용 시장의 원료 공급 현황을 수시로 확인해 필요 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폐목재의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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