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IG넥스원이 최근 수주한 ‘여단급 이하 모바일 무선 네트워크(MANET·마넷) 통신체계’를 두고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 방산업체가 제안서 평가 기준 때문에 대기업에 밀렸다는 논란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방산 생태계의 공정성을 위해 현행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LIG넥스원은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신속원)과 ‘여단급 이하 MANET 통신체계’ 개발을 위한 신속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153억 원으로 2027년까지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MANET이란 기지국 같은 통신 인프라를 사용할 수 없거나 전시 또는 재해·재난 등으로 외부와의 통신망이 단절된 환경에서 단말기 간에 직접 통신을 통해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차세대 통신체계다. LIG넥스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감시정찰 드론에 탑재되는 ‘드론용 통신기’와 전투원이 휴대할 수 있는 ‘휴대형 통신기’, 차량에 장착 가능한 ‘차량형 통신기’ 등 3가지 타입의 통신 장비를 개발할 예정이다.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 주관해 신속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여단급 이하 MANET 통신체계’는 지난해 6월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공고에 들어갔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 사업에는 LIG넥스원, 한화, 휴니드 등이 입찰했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과 한화는 평가점수가 1점 차이도 안 났지만 휴니드와는 무려 10점 차이가 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평가 시작부터 6점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점 이하 단위로 보통 사업 수주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6점 이상의 차이라면 사실상 경쟁의 의미가 무색한 상황이다.
문제는 휴니드가 국내 최초로 마넷의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군에 납품까지 한 경력이 있지만 사업에서 10점 이상 차이 나는 결과로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휴니드는 마넷 기술을 확보한 영국 도모 텍티컬 커뮤니케이션즈(DTC)와의 국제공동기술개발을 추진해왔으며 한국 정부가 공인하는 암호체계를 탑재한 한국형 마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러한 성과로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마넷 무전기를 육군에 납품했으며 이동체 플랫폼 탑재용 모듈 국산화에도 성공한 바 있다. 심지어 휴니드 외에는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MANET 기술을 실용화한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휴니드 측이 방사청 감사관실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현행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현행 평가방식은 기술능력 평가(80점), 비용 평가(20점), 가·감점 평가 등 3가지로 구성된다. 기술능력 평가 시 완성품의 실질적인 개발 및 생산 능력보다 업체의 규모에 의해 좌우되는 항목이 많아 대기업에 유리하다. 특수 기술을 보유한 업체보다 개발인력이 많은 기업이 가점을 더 많이 받아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회사 연구 실적도 반영되는데, 관련 기술 개발이나 보유 실적을 보는 게 아니라 단순히 국책 사업을 많이 해본 경험에 가점이 붙는 체계다.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부족해 불공정한 결과가 나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안서평가위원회는 평가 분야별 업무 담당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다. 다만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른 평가위원이 제안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빈틈이 생길 수 있다. 변별력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안서를 기반으로 비전문가가 평가하는데, 제안서 분량이 많고 평가 기간도 부족해 강제 차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특정 기술의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위원들을 심사 평가 하루 전에 소집하는 것도 문제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봐야 하는 제안서만 기본 600페이지고, 요약 보고서도 100페이지 정도다. 주어진 시간에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단 뜻이다. 업체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3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을 ‘기술’ 위주의 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방산학과 교수는 “평가 항목 중 제품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에 배점을 높게 줘야 한다. 평가위원 선정도 대기업과 관계가 있는 사람보단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전문성을 고려해 발탁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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