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통업계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걸었던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막상 방영 이후 일각에서는 기대만큼 매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2로 제품 홍보 기회 얻은 하림산업, 더미식 오징어라면 뜰까
지난해 연말, 유통업계의 관심은 ‘오징어 게임’에 집중됐다. 12월 26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되기 전부터 유통업계는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2021년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만큼,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공식 파트너사인 GS25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오징어 게임 2 관련 협업 상품을 30종 이상 선보였다. 오뚜기, CJ올리브영, CJ제일제당 등도 오징어 게임 시즌 2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콘텐츠와 협업한 이벤트를 글로벌 캠페인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더미식’의 광고 모델로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 씨를 기용하고 있는 하림산업은 때아닌 제품 홍보 기회를 얻었다. 오징어 게임 2 방영 시즌에 맞춰 신상품인 ‘더미식 오징어라면’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오징어라면은 더미식 브랜드에서 내놓은 첫 해물류 라면이다. 일각에서는 신제품 광고에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컬러와 서체가 등장해 오징어 게임 2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하림 측은 오징어 게임 2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징어 게임 2가 높은 화제성을 얻는 만큼 하림산업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콘텐츠 인기가 기대만 못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편의점 점주는 “상품 포장에 오징어 게임이 노출되면 되레 손님들이 구매를 꺼린다. 발주를 넣을 때 오징어 게임 관련 포장이 없는 제품으로 요청하고 있다”라며 “화제성에 비해 오징어 게임 상품이 너무 많다 보니 손님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상품 판매가 잘 안 돼 빨리 재고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하림산업 측은 오징어라면의 판매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하림산업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SNS를 통해 긍정 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4년 차 시장 점유율 여전히 한 자릿수
하림의 ‘더미식’은 브랜드 론칭 4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전체 라면 시장에서 더미식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한 자릿수로 보고 있다. 냉동만두, 즉석밥도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즉석밥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출 감소세에 들어섰다. 2023년 3분기 기준 하림산업의 즉석밥 매출은 138억 96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05억 5300만 원으로 줄었다. 전체 상품 중 즉석밥의 매출 비중도 2023년 3분기 27.36%에서 2024년 3분기에는 16.24%로 감소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21년 더미식 브랜드 론칭 당시 장인라면의 다음 해(2022년) 매출 목표액을 700억 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아직도 더미식 라면류의 연매출액은 200억 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더미식 브랜드를 1조 5000억 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김 회장의 바람과 달리 성장세는 더디기만 하다. 하림산업의 매출액은 2021년 217억 원에서 2022년 461억 원, 2023년에는 705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매년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2021년 588억 원이던 영업손실액은 2022년 868억 원, 2023년에는 1095억 원으로 증가했다.
브랜드 론칭 당시 밝혔던 수출 의지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하림은 제품 출시 전부터 미주를 중심으로 해외 출시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유럽과 일부 동남아 국가와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회장도 “내년(2022년)부터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2년 하림은 더미식 장인라면을 말레이시아·홍콩·싱가포르·대만·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림 측은 2021년 오징어 게임이 동남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정재 씨를 모델로 쓴 장인라면의 수입 요청 문의가 늘었고, 이로 인해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인라면을 필두로 수출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더미식의 수출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더미식은 해외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하림산업은 수출이 중단된 사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수출은 현재 내부 검토 중이며, 내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더미식 론칭 후 만 4년이 되었다. 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은 투자할 단계라고 생각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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