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2024년 정부 출연 4대 역사 기관의 수장에 오른 이들은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김낙년은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을 지냈고 이영훈 교수와 함께 ‘반일 종족주의’를 공동 저술했다. 박지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우파 국정교과서를 도입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허동현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을 지냈고 우파 교과서를 만드는 ‘교과서포럼’에 참여했다. 김형석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하고 “식민지 시절 우리 조상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그의 임명 소식에 “용산에 일본 밀정이 있다”며 즉각 임명 철회를 요구했을 정도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에 직면한 윤석열. 그가 대통령으로서 보인 비상식적인 일본 친화적 행태는 많은 국민에게 공분과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는 그 이유를 뉴라이트에서 찾는다. 보수를 참칭하는 우익이 최종적으로 뉴라이트에 다다르는 과정과 실체를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 엮어, 어떻게 그들이 ‘매국 우파’가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
이병권 지음, 황소걸음
160쪽, 1만 6800원
뉴라이트의 뿌리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민족해방파(NL) 주사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등이 1990년대 공산권 몰락을 겪으며 대거 ‘전향’했고, 자본주의가 승리한 비결을 찾다가 신자유주의와 만났다는 것. “조선은 원래 사대하는 나라인데, 그 대상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뀐들 무엇이 문제인가.” 친일파 이완용의 이 말처럼 전향한 주사파에겐 공산주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한 자본주의가 최고 가치가 됐다. 그러면서 안병직 교수가 주장한 ‘식민지근대화론’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진보적 지식인이었던 안병직은 1980년대 중반 도쿄대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자신의 기존 이론을 보완하는 길을 일제강점기에서 찾았다. “조선은 스스로 자본주의화(근대화) 될 능력이 없었지만 일본 식민지 시기 자본주의적 초석이 닦이면서 이후 자본주의화가 가능해졌다.” 대한민국 자본주의 발전의 근원을 일제 지배에서 찾는 ‘식민지근대화론’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가 만든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지금 대한민국 뉴라이트의 이론적 토대가 됐고, 그의 제자 이영훈은 ‘반일 종족주의’를 썼다. 지은이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뒷배가 일본 극우라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또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옛 사사카와재단)이 우리나라 주요 대학과 지식인들에게 거금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사사카와는 일제 시절, 만주국에서 마약을 팔아 돈을 벌었고 거액의 전쟁 후원금을 제공했다. 스스로를 파시스트라 자랑하는 인물로 전범으로 복역한 후에는 도박업으로 거부가 된다. 이 더러운 돈이 한국 지식인 사회에 흘러들었다. 일본재단은 1995년 연세대학교에 ‘아시아연구기금’ 100억 원을 ‘비밀리에’ 지원했다. 그리고 이 기금의 전달 창구가 윤석열의 부친 윤기중 교수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대한민국에선 ‘보수’의 개념과 ‘보수 세력’이 다르다. 지은이는 공동체 가치 존중, 기존 사회질서와 권위 존중, 국가 민족적 가치 옹호, 시장경제 질서와 민주주의에 입각한 민주적 제도 옹호 등을 보수주의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은 수구 반동 세력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이른바 ‘보수 대통령’ 가운데 성공한 이 역시 없다. 조선시대 이후 우리 역사에서 진정한 보수로 꼽을 만한 것은 민족주의적 입장과 삼균주의를 내세웠던 상하이임시정부다.
일제강점기 부역 잔당과 전향한 주사파, 식민사관과 신자유주의가 결합한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뉴라이트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정권 핵심부로 들어왔다. 지은이는 윤석열이 2024년 역사 기관장을 모두 교체한 것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2025년에 한미일 동맹의 가시적 결과를 내려는 목적으로 해석한다.
대한민국 뉴라이트는 미중 전쟁이 필연이라고 믿기에 그만큼 한미일 동맹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미 징용,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편에 섰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도 일본에 공유하기로 했다. 이제 일본에게 줄 선물은 독도 공유나 일본 군함의 독도 접안 허용 정도다. 비상계엄이 2025년을 한 달 앞두고 선포된 것을 돌이켜보면 모든 시점이 무섭도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지은이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국회 비서관, NGO 등에서 활동했다. 전문적인 학자는 아니지만 현실 정치와 연관된 시의적절한 저술이 눈에 띈다. 이론적 근거나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글이 간결하고 쉽게 읽혀 입문서로 활용할 만하다. 지금 상황에서 대한민국 뉴라이트를 빠르게 짚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절할 듯하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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