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무대에 선 기업들은 모두 인공지능(AI)을 외쳤다. 지난해가 생성형 AI 상용화의 원년으로 기록됐다면 올해는 AI의 실질적인 이용이 화두다. ‘CES 2025’는 자율주행차, PC, 스마트 홈,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 차세대 TV까지 AI가 어떻게 일상을 연결할지, 응용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주목해야 할 핵심 발표와 신제품을 짚어본다.
#새 GPU·로봇 AI·개인용 슈퍼컴퓨터 쏟아낸 엔비디아
CES 2025의 문이 열린 직후 전 세계의 관심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쏠렸다. 개막일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식 발표했다.
“이 GPU는 그야말로 짐승(beast)이다.” 차세대 PC용 GPU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는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5세대 텐서 코어, 4세대 RT 코어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까지 출시된 지포스 RTX GPU 중 가장 빠른 RTX 5090은 92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초당 3352조 이상의 AI 연산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 모델보다 최대 2배 더 우수한 성능이다. RTX 5090, RTX 5080, RTX 5070의 가격은 각각 1999달러, 999달러, 549달러다.
발표 직후 SNS에서는 ‘549달러짜리 RTX가 1599달러의 기존 RTX 4090 수준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수석 기술 제품 관리자인 라스 웨이난드 수석 기술제품 관리자는 미 IT 전문 매체 더머지와의 브리핑에서 “신경 렌더링과 DLSS 4를 사용하면 RTX 4090에서만 가능했던 성능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게 RTX 5070이 모든 면에서, 모든 구성에서 RTX 4090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엔비디아의 새 GPU 발표를 ‘놀랍지만 유일한 뉴스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칩을 넘어 로봇 및 자율 주행차, 자체 AI 모델로 영역 확장에 나선다. 주요 키워드는 ‘코스모스(Cosmos)’와 ‘개인 AI 슈퍼컴퓨터’다.
엔비디아는 인간형 로봇,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차를 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초 AI 모델인 코스모스를 출시한다. 언어 모델이 방대한 양의 책과 기사 등을 학습해 텍스트 생성 방법을 배우는 것과 달리 코스모스는 물리적 세계의 이미지와 3D 모델을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젠슨 황은 “AI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모스는 인간이 걷고 손을 움직이고 물건을 조작하는 2000만 시간 분량의 실제 영상을 기반으로 훈련됐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연구자와 스타트업은 이런 종류의 기초 모델이 공장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로봇에 더욱 정교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3000달러짜리 개인용 AI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데스크톱인 디지츠(Digits)는 작은 책 크기이지만 슈퍼칩이 내장돼 대규모 AI 프로그램을 처리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로드맵에 따르면 올 5월 판매가 시작된다. 데이터센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지만 와이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소유의 거대 데이터센터에 보관된 독점 모델(오픈AI ‘GPT-4’, 구글 ‘제미나이’)의 최고 버전은 디지트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모든 곳에 AI 발표가 있다”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되는 CES 2025는 AI가 더 이상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AI 기반 개인 피트니스 어시스턴트,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비전 안경, 자율 주방 로봇, AI 사이버 보안 시스템, 적응형 AI 교육 봇 등 삶을 더 편리하게 하는 제품이 이목을 끌었다.
‘TV가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가’라는 AI TV 무용론도 만만치 않지만 삼성과 LG의 야망은 TV로 향했다. 삼성전자의 최고급 모델 Neo QLED 8K QN990F를 포함한 다섯 가지 신형 라인업에는 눈부심 방지 기술과 삼성 비전 AI 기능이 접목됐다. 8K 업스케일링과 프레임별 HDR 리마스터링, 적응형 사운드, 컬러 부스팅 및 화면의 콘텐츠에 따라 자동으로 사진과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AI 모드가 제공된다. LG가 선보인 2025년형 TV 라인업은 밝기와 무선, AI에 집중했다.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앤 무선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M’(2023)에 이어 공개된 M5는 화질과 화질의 손실 없이 최대 144Hz에서 무선 오디오 및 비디오 전송이 가능하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AI 프로 최적화 모드도 제공된다.
홈 AI 영역에서도 의욕이 엿보인다. 삼성은 가정용 로봇 ‘볼리’의 상반기 판매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2020년 처음 선보인 볼리는 지난해 업데이트 버전이 공개된 후 올해 중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가 예고된 바 있다. 둥근 모양으로 프로젝터 등을 탑재했다. 스마트 디바이스 컨트롤이 가능하고 비전 AI·챗봇 기능을 결합해 고도화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구체적인 기능과 출시일, 가격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LG는 올해 말 이동형 AI홈 허브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해 CES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각각 공개한 ‘Q9’과 ‘씽큐 온’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향은 LG전자 HS사업본부 CX담당(상무)는 8일 브리핑에서 “Q9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며 MX플랫폼도 구독료, 솔tus 비용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산업의 미래화도 눈길을 끈다.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AI는 자동 제어 및 장애물 감지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는 차세대 차량에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슈퍼컴퓨터와 안전 중심 운영 체제가 탑재된 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이 문을 연 무인택시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CES 2025에서 구글 자회사 웨이모, 아마존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 인텔은 자사의 자율주행 차를 발표했다. 지난해 애플 등 개발 포기 사례가 나오면서 상용화 한계가 거론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율주행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입지가 확보되고 있다는 평가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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