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형준 부산시장 부인 조현 씨가 출연한 공익재단의 미술관이 건립되고 있는 부산 기장군 일광읍 청광마을 도시계획도로를 두고 마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청광마을 입구 도로폭을 확장하는 모습으로 계획됐던 이 도로는 2년 전 마을을 ‘ㄷ’ 자 형태로 관통하는 현행 도로 전체를 확장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런 형태의 도로와 미술관 신설이 맞물릴 경우 방문 차량 유입과 마을회관 철거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미술관을 짓는 재단이 우회 도로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일광읍 청광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청광마을에 설치 예정된 도시계획도로 위치를 변경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 일대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부인 조현 씨가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 ‘청광문화재단’이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는데, 미술관 준공과 도로 설치가 맞물리면 마을에 많은 차량이 유입돼 주민 안전과 편의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설 예정인 도로 부지에는 마을회관이 위치해 주민들이 모이는 공공시설이 사라지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 우려는 약 2년 전 청광마을 도시계획도로 형태가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앞서 부산시는 2022년 12월 청광마을(청광구역)을 포함한 기장군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했다. 기존 지구단위계획에서 청광마을에 설치 예정된 도로는 폭 8m, 길이 56m로 직선 모양인 마을 초입부 도로 폭을 확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에서 설치 예정된 도로는 폭 6m, 길이 287m로 마을 내부를 ‘ㄷ’ 자 형태로 관통하는 도로 전체 폭을 확장하도록 바뀌었다. 지금 도로는 폭이 3m 남짓으로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청광마을 주민들을 앞서 지난해 10월 “지금도 마을을 통과하는 차량이 많아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데, 미술관이 완공되고 여러 행사가 진행되면 더욱 복잡해질 것이기에 차들이 마을을 통과하지 않기를 원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시에는 청광마을 도시계획계획도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바란다”고 기장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제기한 민원에서는 “마을회관이 소실되기에 주민들은 도로가 회관을 우회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예정된 청광마을 도시계획도로 종점 부근에서는 박형준 시장 부인 조현 씨가 출연한 공익법인이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 조 씨는 2021년 8월 지인과 함께 보유하던 청광리 땅을 출연해 ‘청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상설 미술관과 레지던시 운영, 문화예술교육 등 문화복지사업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공익법인이다. 이 재단은 앞선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 2년 만인 지난해 8월 청광마을에 지상 2층(연면적 3194㎡) 규모 문화집회시설(전시장)을 짓는 내용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건축 공사를 위한 기초 토목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청광마을 주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도로 위치는 미술관 주차장 부지다. 일대에 미술관을 조성하는 청광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도시계획도로 기점과 종점 사이에 있는 땅에 가설도로 개설 공사를 진행하는 내용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았다. 이 부지는 박 시장 측 지인으로 알려진 최 아무개 청광문화재단 이사장과 심 아무개 씨가 소유한다. 기장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재단은 이 땅과 이 땅에 접한 박형준 시장의 상가 부지를 미술관 공사차량 통행로로 활용한 뒤 준공 후 미술관 주차장으로 쓸 계획이다. 주민들은 마을 내부를 관통하는 ‘ㄷ’ 자 형태 도로를 이 미술관 부지 방면으로 180도 뒤집은 형태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재구 청광마을 이장은 “조용했던 마을에 미술관이 지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방문객이 많이 모여들 것을 우려한다. 현재 계획된 도로까지 설치되면 많은 차량이 유입돼 주민들의 편의는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도시계획도로 신설로 가장 큰 혜택를 받는 쪽은 미술관이다. 최대 수혜자인 재단 측이 미술관 주차장 예정 부지 일부를 도시계획도로 부지로 내놓고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장군 건설과 관계자는 “청광미술관이 건축되면 마을을 방문하는 차들이 많아지니 별도로 도로를 내서 마을 안길 도로와 미술관을 이용하는 차들을 분리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ㄷ’ 자 형태인 도로를 거꾸로 뒤집자는 것”이라며 “도로 선형을 바꾸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바꾸어야 하므로 현재 미술관 주차장 부지를 미술관 이용객과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양측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도록 건축주 및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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