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NH농협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해 12월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으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찬우 후보는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거쳤다. 이 후보는 오는 1월 24일 최종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심사에 통과하면 오는 2월 최종 후보로 선정되고,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이석준 전 회장 ‘연임’ 예상됐었는데…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중순까지 이석준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예상했다. 이 전 회장이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이석준 전 회장은 실적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전 회장은 2023년 1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은 2022년 2조 603억 원에서 2023년 2조 5419억 원으로 23.37% 증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24년 1~3분기에도 2조 627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이미 2023년 전체 순이익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석준 전 회장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다.
갈등이 표면화된 적도 있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해 초 NH투자증권 대표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 회장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석준 전 회장은 NH투자증권 임추위가 독립적으로 대표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NH투자증권 대표로는 윤병운 전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선임됐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NH투자증권 대표 선임과 관련해 “(NH농협금융지주와의) 알력 관계보다는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석준 전 회장을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농협중앙회의 NH농협금융지주 경영 개입에 대해 은근한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3월 “(농협의) 신용, 경제 사업이 구분은 돼 있지만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느냐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이나 내부통제와 관련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 규율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는지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금감원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미치는 영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보이는 것. 이복현 원장은 지난해 12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와 소통을 많이 했고, 농협중앙회에서도 리스크 관리 측면의 인식을 같이하겠다고 했다”며 “금융 전문성과 농민에 대한 애정, 양쪽에 균형 있는 분으로 선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발언권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 원장의 거취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탄핵이 아니더라도 이 원장의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원장의 임기는 2025년 6월까지다.
결국 이석준 전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이 전 회장은 임기 마지막날인 2024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NH농협금융지주에서 떠났다. NH농협금융지주는 현재 이재호 부사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의 관계가 변수?
그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대부분 관료 출신들이었다. 역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7명 중 초대 회장인 신충식 전 회장과 6대 회장인 손병환 전 회장만 농협 내부 출신이었다. 농협 계열사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농협은 공기업이 아니지만 공기업으로 보일 정도로 다수의 사업을 정부로부터 수주 받는다”며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농협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부와의 관계는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다만 차기 회장으로 윤석열 정권과 밀접한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NH농협금융지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임추위가 차기 회장으로 이찬우 후보를 선임한 것도 최근 정치권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찬우 후보는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과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보에 선임됐고,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취임했다. 진보와 보수 진영 양측에 어필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다.
다만 이찬우 후보도 이석준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강호동 회장과의 관계가 향후 경영 활동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선임된 NH농협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강호동 회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졌다.
일례로 최근 선임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박병희 NH농협생명보험 대표 등은 모두 경상도 출신 인사다. 특히 송춘수 대표는 고향이 경상남도 합천으로 강호동 회장과 동향이다. 비단 이들 CEO뿐 아니라 최근 농협 계열사에서 요직을 차지한 인사 다수가 강 회장과 밀접한 관계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도 강호동 회장의 인사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회장에게 “언론 보도를 보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회장은 “꼭 캠프라기보다는 선거 기간에 저하고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것”이라고 답했다.
비즈한국은 NH농협금융지주에 정치권 및 강호동 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따로 입장이 없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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