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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에 일어선 디자이너들 '민주주의를 시각언어로 재해석'

디자이너 63개팀 '시대 정신' 프로젝트서 45년 시국선언문 포스터로 만들어…10일 공개, 24일 웹사이트 오픈 및 2월 전시

2025.01.09(Thu) 10:01:50

[비즈한국] 1960년 4.19 민주화 운동부터 2024년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관통한 시민의 목소리 ‘시국선언문’이 시각 언어로 재탄생한다.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이 기획하고 63개의 개인 및 단체에 속한 정상급 현업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에 발표된 시국 선언문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포스터를 통해 권력의 남용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시국선언문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해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을 조명하는 비영리 활동으로, 63개 디자이너 그룹이 참여해 포스터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1월 10일 SNS에 공개하며, 1월 24일 웹사이트 오픈, 2월 24일부터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공유한다. 사진=일상의실천 제공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1960년 4.19 민주화 운동 이후 65년간 발표된 220여 건의 주요 시국선언을 아카이브하는 작업이 선행됐다. 이어 최근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부터 최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정리된 시국선언 중 본인이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선택해 이를 포스터 등으로 제작하는 디자인 작업이 한 달여간 이뤄졌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과거 시국선언문에 담긴 문구나 단어가 주는 교훈이 지금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각적 발언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시 정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동기라는 것.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또 다른 의미에서 ‘디자이너의 시국선언’이기도 하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63개 그룹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저마다 작업물을 1월 10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순차적으로 게시할 계획이다. 각 작품은 ‘#시대정신프로젝트’, ‘#시국선언포스터’와 같은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 이어 1월 24일에는 모든 작품을 한 곳에서 모아 주요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대 정신’ 웹사이트를 오픈한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개별 포스터. 첫째 줄 왼쪽부터 권준호, 신명섭, 조아영, 둘째 줄 왼쪽부터 임민재, 문장현, 안병학, ​셋째 줄 왼쪽부터 ​오이뮤, 전채리, 진달래-박우혁. 사진=각 디자이너 제공

 

오프라인 전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2월 24일부터 3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리얼레이션 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비영리 프로젝트인 만큼 입장료는 없으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대관 및 전시물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을 표한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폰트 제공), SAA(실크스크린 포스터 인쇄), 리얼레이션 스페이스(전시 공간), 새로움아이(전시 시공), 안그라픽스(도록 출판), 퍼스트경일(도록 제작) 등 여러 기업 및 단체에서 후원했다. 전시 관람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추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를 기획한 일상의실천 측은 “우리는 불과 8년 전 탄핵을 겪었음에도 오늘날 다시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혼란 속에 있다”며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에서 얻은 교훈이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국 선언문을 다시 소환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오늘날 디자이너가 사회에 발언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 결과물”이라며 “특정 정권의 파면을 넘어,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참여 작가(가나다 순)

강인구, 강혜린, 권민호, 권준호, 김경선, 김경철, 김어진, 김영나, 김은지, 김의래, 김재영, 김태룡, 노도균, 로호타입, 리프트오프, 모임 별, 문장현, 민구홍 매뉴팩처링, 민동인, 박금준, 박민지, 박세희, 박유선, 박지은, 박채희, 석창희, 선데이, 스튜디오 힉, 스팍스에디션, 시멘트, 신명섭, 신지웅, 심우진, 안마노, 안병학, 안지효, 양나원, 양현호, 오이뮤, 오진경, 용세라, 유환준, 윤충근, 윤현학, 이도의, 이용제, 이철민, 이푸로니, 인더그래픽스, 임민재, 입자필드, 장기성, 전채리, 정재완, 정호숙, 조아영, 진달래&박우혁, 채병록, 채수진, 최경주, 최고야, 크리스로, 프론트도어, 함지은, 허민재, 황현범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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