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다툼은 지난달 26일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보유 지분을 4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유한회사)에 매각하며 일단락됐다. 업계는 4자연합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하고 있다. 송영숙 회장은 신년사에서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 더욱 크게 성장하는 지혜로운 뱀과 같이, 한미그룹도 구각을 탈피하고 본격적으로 전진해 글로벌로 힘차게 날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racter(인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1948년 9월 1일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1970년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교 사진반 ‘숙미회’ 활동으로 사진에 입문해 1969년 첫 개인전 ‘남매’전을 열었다. 2002년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듬해 첫 사업으로 국내 최초의 사진전문 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했다. 사진작가들의 창작과 전시 활동을 지원하며 사진 문화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72년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1972년생),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1977년생),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1974년생)을 두었다.
#Career(경력)
2017년부터 한미약품 CSR 담당 고문을 맡았고, 남편 임 전 회장 타계 직후인 2020년 8월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장남이 승계할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 달리 송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돼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임기 시작 당시 송 회장은 “임 전 회장 유지를 받들어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중단 없이 신약개발에 계속 매진하겠다. 해외 파트너들과의 지속적 관계 증진 등을 통해 제약 강국을 이룰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회사 측은 “송 회장이 임 전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성장에 공헌했다”며 “특히 중국 북경한미약품 설립 당시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한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현재까지 회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Capability(역량)
송 회장은 그룹 문화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에 따르면 송 회장 취임 이후 양성평등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와 연구센터의 여성 근로자 비율이 각각 55.7%, 45.1%이며, 여성 임원 비율은 23.1%로 국내 500대 대기업 평균 여성 임원 비율(6.3%)보다 3배 이상 높다. 2023년 10월 한미약품은 높은 여성 고용률, 우수한 일-가정 양립제도 운영 등을 인정받아 ‘제8회 아시아양성평등지수대상’ 시상식에서 고용노동부장관상(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자랑스러운 한미인상’을 제정했다. 송 회장이 그룹사 직원 가운데 직접 선정해 매년 수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성과를 창출한 일선 실무자들을 발굴해 격려하겠다는 송 회장의 의지에 따라 수상 대상은 임원을 제외한다. 제정 당시 송 회장은 “제약강국, 글로벌 한미라는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의미에서 상을 제정했다. 회사가 직원들의 삶과 동행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따뜻한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도 담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한미인상이 지향하는 가치가 한미약품그룹의 새로운 조직문화로 탄탄히 뿌리내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매출 측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원외처방 분석 솔루션 UBIST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 데이터 집계 기준으로 한미약품은 2023년 기준 원내, 원외 처방 합산 매출 1조 168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2021년 원내-원외처방 매출 8405억 원을 기록했고, 3년간 원내처방 실적 합산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한미약품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 주요 품목들의 지속적 실적 성장에 힘입어 7년 연속 원외처방 1위, 4년 연속 국내사 전문의약품 유통 실적 1위, 국내 제약사 중 블록버스터 제품 최다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ritical(비판)
송 회장은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그룹과의 기업 통합 추진 과정에서 모자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주가 역시 크게 출렁였다.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가 추진한 합병에 대해 두 아들은 제3자배정 유증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등을 신청하는 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당시 송 회장 측은 “어떻게 보면 자식들이 나를 단순히 엄마로만 생각했지, 아버지와 함께 한미약품을 50년간 약국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끌어온 동료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자식 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어도 부모와 자식 간에는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OCI와의 통합 결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형제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이는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번져 혼란이 1년 가까이 계속됐다.
#Challenges(도전)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4자연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분쟁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4자연합 측에 따르면 4자연합과 임종윤 이사는 이번 매각으로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전문경영인 중심)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또 서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4자연합은 지난달 주주서한에서 “지난 1년간 주주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 한미그룹의 책임 있는 대주주로서,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탄탄히 구축하고 정도 경영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님들께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4자연합은 지분 54%를 확보했지만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업계는 4자연합이 3월 정기주총 전까지 임 대표이사를 설득해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본다. 송 회장으로서는 추후 모자 갈등의 우려를 완전히 지우고, 4자연합 내 이해관계 조율도 필요하다. 한편 임종훈 대표는 4자연합과 임종윤 사내이사의 합의와 관련해 “형님(임종윤 이사)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걸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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