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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지난 10년, 유럽 창업 생태계는 얼마나 성장했나

'유럽 테크 산업 동향 24' 보고서에 담긴 유럽 스타트업계의 현재와 미래

2025.01.07(Tue) 10:35:16

[비즈한국]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통찰력과 직관력을 가진 동물로 알려진 뱀처럼, 모두 한 마음으로 현명한 선택과 통찰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유럽 창업 생태계에서는 지난 2024년뿐만 아니라 10년간의 유럽 창업 생태계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조망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런던 기반의 VC 아토미코(Atomico)가 글로벌 로펌 오릭(Orrick), HSBC은행, AWS, 핀란드의 슬러시(Slush)와 협업해 펴낸 ‘유럽 테크 산업 동향 24(State of European Tech 24)’가 그것이다. 아토미코는 매년 이 보고서를 내 유럽 창업 생태계의 상황을 진단하고 분석했다. 이번에는 지난 10년간 유럽 창업 생태계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긴 안목에서 바라보고,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살피는 내용이 담겼다. 

 

런던 기반의 VC 아토미코(Atomico)가 글로벌 로펌 오릭(Orrick), HSBC은행, AWS, 핀란드의 슬러시(Slush)와 협업해 펴낸 ‘유럽 테크 산업 동향 24(State of European Tech 24)’ 보고서.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생태계의 핵심 기둥: 인재, 자본, 야망

 

생태계가 성공하려면 인재, 자본, 야망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둥이 필요하다. 이 중 마지막 요소인 ‘야망’은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유럽 테크 산업 동향 24’는 이를 ‘유니콘 기업(보고서에서는 ‘$B+’로 표기)’의 수와 창업자들의 목표를 바탕으로 정량화했다. 

 

유럽에는 이제 30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창업’ 분야에 관한 대중의 이해도도 높아졌고, 스타트업 경력의 매력도 증가했다. 설문에 응한 창업자 41%는 ‘재정적 성공’보다 ‘환경적, 사회적 기여’를 목표로 한다고 응답했다. 창업자들의 야망이 더 높은 수준에서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다. 

 

2015년 이후 세 가지 요소는 유럽 전체에서 모두 성장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치였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견줄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먼저 유럽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10배 이상의 벤처 자본을 유치하며, 현재까지 약 4260억 달러(621조 원)를 달성했다. 2024년에만 약 450억 달러(65조 원) 규모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5~2014년과 2015~2024년의 투자액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다음으로 테크 생태계에서 기술 분야의 인력은 약 350만 명에 이른다. 지난 10년 동안 이 분야에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만 300만 명가량에 달한다. 테크 분야 일자리는 연평균 24%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견줄 만한 수준이다. 

 

유럽 테크 분야 일자리는 연평균 24% 늘어나고 있다.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유럽의 스타트업 선도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는 여전히 유럽의 주요 테크 허브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핀테크, 기후테크,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은 14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이 24개, 프랑스가 14개로 그 뒤를 잇는다. 

 

그렇다면 유럽 기술 생태계에서 기업들은 그동안 어떠한 엑시트(Exit) 성과를 냈을까. 유럽에서는 지난 10년간 1조 달러(1459조 원)에 가까운 가치가 IPO와 M&A를 통해 실현되었다. 하지만 엑시트 속도는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4590억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기업을 설립하는 속도보다는 느리다. 현재까지 15개 유럽 국가만이 10억 달러 이상의 엑시트를 경험했으며, 이는 유럽에서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 유동성을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엑시트는 주로 서유럽 국가 출신 기업이 중심이 되었다. 동쪽으로는 폴란드, 남쪽으로는 이탈리아까지 확장되었지만 지역적 분포가 균등하지는 않다. 지난 10년간 10억 달러 이상의 엑시트 중 절반 가까이가 영국에서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기술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S&P글로벌의 IHS 마킷 인수 건이다. 2020년에 미국 금융 서비스 기업 S&P글로벌은 영국 금융 정보 업체 IHS 마킷을 440억 달러(64조 원)에 인수했다. 2023년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설계회사 ARM이 650억 달러(94조 원) 규모 IPO를 실현한 사례가 있다. 

 

지난 10년간 유럽의 대규모 엑시트 사례.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그 뒤로 스웨덴의 스포티파이(Spotify)가 2018년에 직접 상장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엑시트를 기록했다. 독일에서는 2017년 음식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가, 2021년에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아우토원(AUTO1)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아우토원의 엑시트는 지난 10년 동안 유럽에서 일곱 번째로 큰 규모였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란드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 알레그로(Allegro)도 202년 바르샤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는 바르샤바 증권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였으며, 유럽에서도 상위 10개의 엑시트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의 도전 과제: 자본 부족과 규제

 

이 같은 성과에도 유럽 테크 생태계는 성장 자금 부족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많은 유럽 국가에 인프라가 충분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해 스케일업 되는 과정에서는 자금이 여전히 부족하다. 유럽의 연금 펀드와 보험사가 관리하는 9조 달러 중 불과 0.01%만이 벤처캐피털에 투자된다. 이로 인해 유럽 스타트업은 미국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또 유럽의 규제 환경과 복잡한 행정 절차는 기업의 확장과 스케일업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약 47%는 규제 및 정책이 유럽 기술 생태계의 잠재력을 저해하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응답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인 클라르나(Klarna)도 IPO를 위해 유럽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 규제와 정책, 성장 자본에 대한 접근성 때문이다. 많은 유럽 기술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선택하면서 유럽은 자본과 인재 유출을 겪고 있다. EU로 통합됐으나 나라마다 달리 적용되는 상이한 법적 체계가 국경 간 비즈니스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럽이 직면한 도전과제.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맨션하우스 개혁이 좋은 예다. 이는 연금 자금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촉진하는 법안으로, 2030년까지 약 750억 파운드(136조 원)를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은 윈(WIN)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0년까지 약 120억 유로(18조 원)를 투자해 독일 스타트업의 성장과 자본 조달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티비(Tibi) 이니셔티브를 통해 연금 펀드의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연간 50억 유로(7조 원) 이상의 추가 자본을 스타트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EU 차원에서 규제 단순화를 통해 유럽 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스타트업 환경에 새로운 자본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전체를 단일 시장으로 하기 위해 법적 틀을 간소화하는 ‘제28의 법체계(28th Regime) 모델’ 도입도 제안됐다. 이는 유럽 테크 생태계의 통합 법적 체계를 지칭하며, 27개 EU 회원국의 규제를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이 제도는 각국의 기존 법률과 병행 운영된다. 스타트업 및 혁신 기업들에게 표준 규칙을 제공해 EU 내에서 기업을 쉽게 운영하게 해주고자 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이 달라 기업 운영에 혼선을 빚을 수 있는데 ‘델라웨어 C형 법인’이라는 제도로 표준화된 기업 구조를 제안한다. 이 제도가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를 거울삼아 유럽의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지난 10월 2025년 유럽위원회 워킹프로그램에 EU Inc.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회사 설립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유럽에서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EU Inc. 청원 운동. 사진=eu-inc.org

 

연초, 모두가 신년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묶는 때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한 해의 계획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긴 안목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 동안 유럽 테크 생태계는 약 5조 달러(729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 GDP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2034년에는 유럽의 테크 생태계가 약 8조 달러(1경 1664조 원) 규모로 성장하고 1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적인 기술 리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한국은 어디쯤 가 있을까.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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