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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규제의 역설-시장 위한 정책인가, 혼란 부르는 제도인가

당초 의도와 달리 부작용 낳고 시장 혼란 가중…가장 큰 피해는 시장의 약자들이 받아

2025.01.06(Mon) 11:35:23

[비즈한국] 한국 부동산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 낸 부동산 정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초현실주의 작품’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런데 이 작품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주거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퍼포먼스와 단기적인 효과를 노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임대차 3법, 토지거래허가제 등 다양한 규제 정책들은 당초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낳으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장의 약자들이다.

 

부동산 규제 정책들은 당초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낳으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8월 1일 부동산 관련 단체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규제 정책별로 살펴보자

 

먼저 대출 규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규제는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세 시장으로 수요를 몰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전세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최근에는 기준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는 은행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려는 조치로 보이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이중고를 안겨준다. 대출 규제는 겉으로는 시장 안정을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의 접근성을 더욱 좁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르는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분양권 프리미엄과 같은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지연되고,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분양가 상한제의 또 다른 문제는 지역별 불균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인기 지역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로또 분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현상은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실수요자들에게는 더욱 높은 문턱을 형성한다.

 

임대차 2법이 정말 세입자를 보호하고 있는 법인지도 의문이다.

 

임대차 2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구조를 만들어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의 급감을 초래했다. 전세 물량 부족은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켰고, 이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증가시켰다.

 

또한, 임대인들이 전세 계약 갱신을 꺼리고 계약 만료 시점에 집을 매각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면서 세입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처럼 임대차 2법은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겨주는 법으로 전락했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는 제도는 다주택자 규제다.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임차 주택들을 공급하는 주체인데 오히려 임차 시장의 공급 위축시키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다분히 정치적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임차 물건의 공급자인 다주택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취득세,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부과는 다주택자들이 임대 시장에서 발을 빼게 만들었다. 이는 임대 물량 부족으로 이어졌고,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다주택자 규제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수급 균형을 무시한 정책이다. 임대 물량이 줄어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임차인들이다. 다주택자 규제를 통해 얻고자 했던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완전히 빗나갔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규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이용해 주택 거래를 통제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위헌 요소가 너무 커서 주택거래허가제도는 실시도 못하면서 토지거래허가라는 편법으로 꼼수 규제를 하고 있다. 야비할 정도로 비겁한 규제책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래 투기 방지와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지만, 현실에서는 주택 거래를 억제하는 꼼수로 변질되고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라는 이름으로는 위헌 논란이 크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라는 제도를 적용, 주택 거래를 실질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주택 거래를 위장한 토지 거래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주택 거래를 심각하게 제한해 실수요자들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거래를 하기 위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는 본질적으로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 원리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이런 다양한 대한민국에서만 존재하는 부동산 규제가 부른 시장 왜곡은 실수요자의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규제는 단기적 효과를 노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규제 완화와 단계적 철폐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동시에 시장의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시장 안정의 핵심은 공급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주택을 확대하며, 지방 균형 발전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이다.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통계 수치를 조작하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고 현재 재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시장답게 운영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며,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왜곡과 불신을 초래한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규제라는 이름의 ‘덫’에서 벗어나 시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장은 시장답게, 그리고 정책은 정책답게 작동할 때 부동산 시장의 진정한 안정화가 가능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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