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전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IT CEO 포럼 제5차 조찬세미나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IT산업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 KT) |
최경환 경제팀의 퇴직연금 활성화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가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는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 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는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며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한국판 401K’로 불린다. 왜냐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은 노후보장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실시한 401k 정책으로 막대한 퇴직연금이 자본시장에 유입돼 다우지수가 급등했다.
미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가 도입됐던 1983년까지 1000선에 그치던 다우지수는 1999년 1만 선을 돌파했다. 그 후 27일(현지시간) 1만 7122를 기록했다. 10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다우지수가 최근 20여 년간 2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는 401K 정책으로 인한 자금 유입 효과가 컸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선진국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기업연금(퇴직연금)이다. 그러므로 기업연금의 자본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세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최 부총리의 발언과 퇴직 연금 활성화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투자 활성화, 자본시장 활성화’가 목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우증권은 28일 보고서에서 “퇴직 연금 활성화 정책을 계기로 주식 등 위험자산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위험자산의 공급자 및 운용자로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번 대책으로 2020년까지 확대될 퇴직연금 90조원의 상당 부분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증시 등에 투자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부는 오는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퇴직연금 등 개인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또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자산 보유한도를 기존 40%에서 70%로 높였다. 아울러 주식 등 개별자산에 대한 투자한도 역시 원칙적으로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의 자산 구조를 살펴보면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92.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은 5%대다. 최근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번 최경환 경제팀의 대책이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퇴직 연금 활성화 정책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퇴직연금을 증시 부양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현행 40%에서 70%로 늘려 규제를 완화하면 더욱 공격적인 투기가 가능해진다”며 “정부는 이러한 규제완화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내 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는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의 이번 퇴직연금활성화 방안이 수익률 하락 위험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현재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연 2~3% 수준으로 국민연금의 연 4~5%보다 낮다며 적극적인 수익률 제고로 노후 연금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전체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한 확정기여형(DC) 비중을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DC형은 개인이 각자 상품을 선택해 투자 위험을 책임지는 구조다. 회사가 미래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확정급여형(DB)에 비해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다. 정부는 이번에 DC형의 위험자산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DC형의 경우 개개인이 투자를 잘못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운용을 개인 판단에 맡기는 셈이다. 무책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자신의 퇴직금에 대해서 관심을 안 기울일 수가 있나. 이제는 자신의 노후보장 계획은 자신이 직접 세우는 것이 맞다. 또 그동안 퇴직연금이 보수적으로 운용돼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상품이 다양하지 못해 중도 해지율이 높고 가입률도 저조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이번 대책으로 개선되면 금융시장이 활성화돼 경기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