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도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서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 내수 부진, 경기 악화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면서 2024년 가계 대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건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20%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감수하며 2금융권을 찾고,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 카드사도 여신 자산을 확대하면서 카드 대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24년 11월 기준 국내 7개 전업 신용카드사(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의 영업 자산을 살핀 결과, 전년 말 대비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의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의 카드 자산 중 카드론 규모는 2023년 4조 2954억 원에서 2024년 11월 5조 3341억 원으로 24.2%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뒤를 쫓은 것은 우리카드(21.3%)와 현대카드(21.3%)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2023년 3조 3335억 원에서 2024년 11월 4조 449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는 4조 7762억 원에서 5조 7928억 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카드(5.8%), KB국민카드(3.4%), 신한카드(2.5%), 하나카드(1.9%)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카드 대출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나뉜다. 현금서비스는 신용카드 한도 내에서 1~2개월 단기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카드론은 신용카드 실적과 이용자의 신용점수에 따라 2~36개월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고 이율은 거의 20%에 달한다.
카드 대출은 주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찾는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의 자금 마련 창구로 불리지만, 연체로 다시 빚을 지거나 파산·회생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 규제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10월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7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규모는 꾸준히 늘어 40조 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 총합은 39조 3962억 원을 기록했다. 자체 카드 실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씨카드(446억 원)까지 포함하면 39조 4408억 원에 이른다.
여신 자산 취급에 소극적인 카드사도 있다. 하나카드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카드론 잔액 2조 원을 넘기지 않았다. 4년 전과 지난해 11월까지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 증가율이 10%를 넘지 않은 곳은 7개 신용카드사 중 하나카드(6.9%)가 유일하다.
2020년과 비교해 약 4년간 카드론 잔액의 증가율이 가장 큰 곳도 롯데카드로, 3조 5477억 원에서 5조 3341억 원으로 50.3% 늘어났다. 그 뒤를 우리카드(35.3%), 현대카드(31.0%), KB국민카드(22.5%), 삼성카드(13.5%), 신한카드(12.9%) 순으로 이었다.
지난해 소비자들의 카드론 이용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2020년 3월 12조 1215억 원에서 6개월 후인 9월 35조 3210억 원으로 191% 늘어났다. 2024년에는 같은 기간 10조 3926억 원에서 32조 2010억 원으로 210% 증가했다. 이용 금액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이 크지만 증가폭은 2024년이 더 컸다.
이처럼 대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 1위 카드사가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내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은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연체, 신용점수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청년층을 위한 장기 대출상품인 ‘처음드림론’을 출시했다. 신한카드의 카드론 이자율은 5.2~19.9%지만, 처음드림론은 10%대 초반의 비교적 낮은 금리를 내세웠다.
신한카드는 처음드림론 상품을 SNS, 문자메시지 등으로 홍보했다. 자사 유튜브 채널인 ‘쏠카말’에서 처음드림론을 ‘청년들을 위한 첫 신용대출’ 상품으로 소개하며 쿠폰,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안내하기도 했다. 다만 이 영상들은 삭제돼 현재는 볼 수 없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 신용카드사 중 카드 대출 점유율이 가장 높은(20.9%) 카드사다. 카드론 잔액은 8조 3263억 원(2024년 11월)에 달한다.
카드사의 여신자산의 증가는 가계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부정적인 지표로 꼽힌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의 자산건전성도 악화하기 때문이다. 본업인 결제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대출 실적을 늘렸지만 건전성 관리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자 업계가 강하게 반발한 이유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의 개편안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률은 0.5% 수준까지 추락했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카드사는 대출 사업에 의존하면서 고금리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과 카드론 자산이 급증하고 있다”라며 “이는 대손비용 증가와 부실 자산 확산으로 카드 산업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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