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자기 PR시대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남들이 그런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기는 바란다.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적극적인 동조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기가 높다. 인기의 척도는 곧 영향력의 크기가 되고, 이게 결국은 권력이 되는 셈이다.
이야기를 입으로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정치인이거나 방송인들이다. 작곡가는 음표로, 화가는 색채와 형상으로, 배우는 연기로, 무용가는 몸짓으로, 문학가는 글로, 학자는 학문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를 예술에서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표현’하려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전달하는 기술에 따라 예술의 장르가 나누어진다. 현대미술에서의 전달 기술은 너무나 다양하다. 재료도 많고 기법도 구구 각색이다. 그래서 전달 기술만으로 미술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를 미술계에서는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니멀리즘 회화였다. 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내용은 없는 전달이었기에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작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갖추는 것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일이다. 특히 자신만 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했을 때 세상으로부터 ‘독창성 있는 작가’로 평가받게 된다.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평생을 두고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신의 이야기에서부터 왕의 업적 또는 특정 집단의 가치관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요즘 추세는 자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이다. 다행히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작가들의 노력 덕분에 아무리 사적인 이야기라도 어느 정도는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최근 예술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말한다.
송인혁은 이 흐름을 타고 있는 작가다. 자신의 이야기가 뚜렷하고, 전달 기술인 표현력도 풍부하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작품 주제로 택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정직하게 살려면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다. 작가도 그런 자신의 삶을 작품에 품어낸다. 마치 서커스 곡예 하듯 위기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며 충실하게 삶을 꾸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서커스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표현 방법은 평면 회화와 미니어처 조각이 어우러져 동화적 이야기 장면을 연출한다. 그런 탓에 작품을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게 송인혁 회화의 매력이다. 그가 바라본 자신의 서커스 같은 삶의 궤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개방적인 표현력 때문으로 보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박종화-인생이란 영화에서 내 배역은…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박영하-현대미술에 녹아든 디자인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김기섭-외로움의 풍경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공예나-물건의 초상화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한샘-부조리의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