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근래 나온 콘텐츠 가운데 ‘오징어 게임 2’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예도 없었다. 혹평 속에서도 공개 이틀 만에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1위 기록도 이어갔다. 그렇다고 이용자들이 엄청난 반응을 보인 것도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후 K콘텐츠 전략에서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오징어 게임 1’이 시즌 2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부터 볼 필요가 있다. 익히 알려졌듯이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기획안은 한국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다.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좌절된 기획안을 시즌 2까지 생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당시 한국에서는 시즌제가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넷플릭스가 제작 투자를 결정했을 때, 황동혁 감독은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제작비 250억 원에 수익 1조 원을 거둘 것은 생각조차 못 했다. (나중에 불공정 계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르내리게 된 까닭이다.) 엄청난 가성비를 맛본 넷플릭스가 가만있을 리 없다. 애초에 계획에 없던 시즌 2는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제작됐다. 하지만 이것이 양날의 칼이 되었고,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혹평이 쏟아지는 배경이 되었다.
시즌 2에는 등장인물이 매우 많아졌다. 당연하다. 시즌 1에서 원 없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 참가자 가운데 성기훈(이정재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딱지맨 공유, 형사 위하준 정도만 ‘재활용’할 수 있고, 나머지 인물은 모두 새롭게 채워 넣어야 했다. 북한 이탈 소녀 강새벽의 쌍둥이 자매가 등장할 것이 점쳐졌지만, 황동혁 감독은 뉴페이스를 선택했다. 더구나 제작비가 늘어서인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렇게 되면 각 인물의 비중이 커지면서 스토리가 곁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다. 전작의 애청자들은 성기훈의 복수와 프론트맨의 실체가 드러나기를 바라는데, 여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도 시즌 2에서 승부를 보거나 완결하려는 경우에 적절하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2를 쪼개어 시즌 3까지 분리했다. 전반부격인 시즌 2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기 전이니 지루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즌 2의 7화까지 다 보고 나면, 그다음이 궁금해진다. 시즌 2를 정주행했다면 시즌 3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드라마에 대한 최종 평가는 시즌 3가 공개된 이후에나 가능한 셈이 된다. 더구나 7화로 갈수록 선택과 집중이 되어 등장인물이 압축되면서 극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시즌 2는 한국적 드라마 요소가 많이 보였다. 무슨 말일까. 일단 구성이 매우 치밀하거나 장면 연출이 압축적이지 않은 데다가 대사도 함축적이지 않다. 작품 완성도와는 별개로 일반 대중 드라마의 요소를 지닌 것인데, 영미권 중심의 장르물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영미권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오히려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 좀 더 대중적으로 감정 공유가 가능해지는 것. ‘오징어 게임’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의 분석이 시청자의 평가와 전적으로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덧붙여 오징어 게임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도 살아있다. 어쨌든 ‘오징어 게임 2’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서사 전개의 극적 효과를 배가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고 시즌 2에서 새롭게 선보인 다른 놀이와 시즌 3에서도 등장하는 놀이가 화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게이미피케이션 심리와 함께 참여/성취의 도파밍 현상이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2025년에 ‘오징어 게임’ 시즌 3가 공개되어야 한다. 연말보다는 여름에 공개하는 것이 시즌 2와 빚는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 어쨌든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극 중 성기훈처럼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다만 응원과 격려는 팬심(코어 팬덤+라이트 팬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코어 팬덤을 더 확보한다면 K 모델이 더 확장되는 셈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정수진의 계정공유]
"멋지다 연진아" 옥씨부인전, 임지연 열연 빛나는 파격 사극
· [정수진의 계정공유]
'가족계획', 존재감 쩌는 색다른 가족을 소개합니다
·
이정재 '래몽래인' 장악…출연부터 제작까지 직접 '할리우드 스타일'로
·
[단독] 배우 이정재, '오징어게임' 상금보다 100억 많은 550억 건물주 등극
· [정수진의 계정공유]
'더 에이트 쇼' 오징어 게임 능가할 촘촘하고 살벌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