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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계 숙원 '성분명 처방' 22대 국회 문턱 넘을까

'대체조제·성분명 처방' 약사법 개정안 발의 4건…의사계 '국민 선택분업' 도입 주장

2024.12.31(Tue) 17:00:06

[비즈한국] 약사계의 오랜 요구인 ‘성분명 처방’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대체조제 및 성분명 처방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이 가운데 신임 대한약사회장과 대한의사협회장의 임기 시작이 내년 초로 예정돼 있어 직역 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약사계와 의사계가 오랜 기간 다퉈 온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 논의가 직역별 신임 집행부에서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22대 국회, 대체조제·성분명 처방 법안 발의 

 

약사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는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법안별로 민병덕 의원안은 약사가 대체조제한 내용을 사후통보하는 대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추가하고 심평원이 처방 의사에 해당 사항을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체조제 내용이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해 국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수진 의원과 서영석 의원안에는 처방 내역을 심평원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와 약사간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법안 내 ‘대체조제’ 문구를 ‘동일성분조제’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서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윤 의원안은 ‘수급불안정의약품’ 개념을 신설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수급불안정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을 가진 의약품의 생산 및 활용 촉진을 지원하도록 한다. 처방전 기재 사항에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성분명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판매 및 수입 시 성분명 사용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다. 성분명 사용으로 특정 제약사 제품의 품귀현상이 예견될 경우 발생하는 사재기, 장기 처방, 약국간 웃돈 거래 등을 예방하고자 한다. 권영희 신임 대한약사회장은 품절약의 성분명 처방 법제화를 시작으로 ‘비대면진료’ 성분명처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약사계는 최근 대한약사회장선거를 끝내고 내년 3월 신임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권영희 당선인은 주요 공약으로 ‘품절약 성분명 처방’, ‘성분명 처방 단계별 제도화’, ‘대체조제 사후통보 폐지’ 등을 내세웠던 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 권 당선인은 서울시약사회장 재임 기간 성분명TFT를 구성하고 김 의원과 정책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낸 바 있다. 다만 역대 집행부가 선거 때마다 성분명 처방 등을 공약했지만 ‘법제화’ 등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권 당선인은 김 의원의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대한약사회는 ‘성분명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의협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지만, 서울시약사회는 포기하지 않고 정책협약과 연구, 국회 토론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며 “이번 법안 발의는 약사사회의 집요한 노력과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품절약 성분명처방 법안 발의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약사·​의사계, ‘​건보 재정 안정화’ 두고 다른 해법

 

약사계와 의사계는 의약분업 이후 성분명 처방을 두고 오랜 기간 다퉈왔다. 약사계는 제네릭 처방이 시작되면 ‘약가 경쟁’이 일어나 제네릭 약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수준은 다른 국가 대비 높아 정부부처에서도 주기적으로 관련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이밖에 의사의 과도한 처방과 리베이트 등을 억제할 수 있는 점, 최근 지속되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 등을 성분명 처방이 필요한 이유로 언급한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이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 국회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약 유튜브

 

반면 의사계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오리지널 약제를 기준으로 80~125% 범위에서 유사성을 인정해 환자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 약화사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성분명 처방에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대체조제 통보 대상 확대 내용을 담은 민 의원안에 대해 “의사의 동의 없이 약사가 임의로 의약품을 변경할 수 있어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환자의 약물 부작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지며, 의약품 처방 및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의협 회장선거를 앞두고 후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안나 후보는 지난 13일 입장문에서 “분명 처방의 목적이 약의 낭비를 막는 것이라면, 원내조제를 하면 해결될 수 있다. 성분명 처방의 목적이 리베이트를 막는 것이라면, 의사들은 명백히 도덕적으로 열등한가”라며 “건보재정의 파탄을 목도한 시점에서 재정지출을 줄이고 약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조제는 의사와 약사의 직역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에게 합리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후보는 지난 27일 ‘진료는 의사에게, 조제 선택권은 국민에게’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약사가 어떤 회사의 제네릭 약을 고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약화사고의 책임을 의사가 모두 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따라서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의사들은 어쩔 수 없이 특허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있는 최신 오리지널 약제 처방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제비가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제행위료를 감소시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민 선택분업”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반복되며 ‘성분명 처방’과 관련한 논의는 이전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약사에게 조제 선택권이 갈 경우 ‘리베이트’는 의사에서 약사에게로 옮겨지고, 환자의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 국회정책토론회’에서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성분명 처방 도입 혜택이 특정 의약단체가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명확해질 때 정책 도입에 대한 명분과 필요성이 인정될 것”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고려돼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에 대해 약사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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