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금융지주가 회장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를 공개했다. 내부 후보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3인이, 비공개 외부 후보로는 금융 전문 경영인 2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후보군은 쟁쟁하나 함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하나금융은 이사회는 최근 이사의 재임 연령에 관한 지배구조 규범을 개정하면서 함 회장 연임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함 회장에게 채용 비리 관련 사법리스크가 남아,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Character(인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1956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태어났다. 논산에 있는 강경상업고등학교를 나와 입행 후인 1985년 단국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를 졸업했다. 2008년 미국 와튼스쿨 글로벌 과정, 2011년 고려대학교 최고 경영자 과정을 거쳤다.
농촌 출신의 함 회장은 상고, 행원, 관리자, 은행장을 거쳐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영업력, 성실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좌우명은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의 마음’이다. 함 회장은 이 같은 친화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나금융 내에서 단단한 입지를 쌓아왔다.
#Career(경력)
함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1980년 9월 서울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11월 서울은행 수지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그해 12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2004년 3월부터 하나은행에서 분당중앙지점장, 2005년 10월 가계영업추진부장, 2006년 1월 남부지역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 1월 부행장보로 승진해 충남북영업본부를 거쳐 2009년 1월 대전영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2013년 1월에는 부행장에 오르면서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직을 맡았다.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았다. 당시 각 사의 행장을 제치고 피인수 은행 출신인 함 회장이 통합 은행장으로 선임돼 파격 인사로 불렸다.
하나은행 은행장과 지주 부회장을 겸직하던 2019년, 금융당국의 반대로 은행장 2회 연임을 포기했으나 2022년 3월 그룹 회장 취임에 성공했다.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함 후보는 경력의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임직원과 함께했다”라며 “오랜 경험과 금융 지식을 바탕으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Capability(역량)
함 회장은 하나은행 은행장 재직 시절, 성격 다른 두 은행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이끌어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을 받는다. 은행장 취임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6년 6월 두 은행의 전산 통합을 실행했고, 2017년 1월에는 노조 통합을, 2019년 1월에는 제도 통합을 달성했다.
은행과 그룹의 실적도 끌어올렸다. 처음 은행장을 맡았던 2015년 은행 순이익은 약 9700억 원에서 2019년 약 2조 2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그룹 실적은 약 9000억 원에서 약 2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2022년에는 하나금융 당기순이익 3조 5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3% 감소(3조 4500억 원)했으나,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 2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Critical(비판)
부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했다. 함영주 회장은 하나은행 은행장으로 재임하던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하나은행,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과 함께 형사재판(업무방해 등)을 받고 있다.
이 소송은 2018년 6월 제기돼 2022년 3월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을 훌쩍 넘겼다. 기나긴 재판 끝에 함 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3년 11월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 결과가 뒤집혔다. 2심 판결은 1년 7개월 만에 나왔다.
2심서 쌍방 상소해 함 회장과 장 전 부행장, 하나은행은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상고심은 2023년 12월 접수돼 지난 2월 21일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가 배당됐다. 상고심도 1년을 넘기면서 2018년 시작한 재판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법리·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 중’으로 진행 상황을 명시했다.
함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벌였다.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 중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함 회장은 2020년 6월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재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에 나섰고, 2심과 3심에서 무죄 판결(처분 취소)을 받았다.
#Challenges(도전)
함 회장이 2025년 3월 하나금융 회장직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2월 10일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라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당초 규정은 ‘해당 일’이었으나 ‘해당 임기’ 이후로 바뀌면서, 함 회장을 포함해 만 70세 이상의 이사가 연임할 경우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 당시 △강점 극대화 &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3대 전략을 내세웠다. 취임 이후 발로 뛰며 해외 투자자를 만나고 삼성전자와 디지털금융 활성화 제휴를 맺는 등 전략 달성에 나섰다. 다만 보험사, 카드사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는 아쉬운 결과를 냈다.
금융 환경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과제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의 장기화로 서민 대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금융사가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진다. 함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잠시 멈춰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라며 “고금리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금리체계가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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