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제는 ‘불확실’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지난 27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8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되었다.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으로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2% 하락한 2404.77에 장을 마감했다.
정국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경제 전반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투자심리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의 매출은 28조 2045억 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약 2% 감소했다. 특히 음식점과 유흥업소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된 수치다.
여기에 179명의 사망자를 낳은 안타까운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참사 여파로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었고, 예정된 행사나 마케팅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할 트럼프 정부 역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전망이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트럼프 임기 초 정책 변화는 중국에 초점이 맞춰진 관세 인상 위협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중국의 정면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이션 압력 재확산, 물동량 둔화, 공급망 불안정과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이 같은 위험은 예측 가능하지만, 회피할 자산이 부족하다”며 “금리 상승이 자극한 위험 회피 심리가 주식, 채권, 대체자산 모두에 불안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위험과 안전의 균형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국내 위험자산 투자보다는 해외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해도 될까. 한 외환 딜러는 “달러는 하느님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뜻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에서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당분간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 트럼프의 무역압박, 연준의 정책 등 혼란스러운 시기가 잠잠해지고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주식은 어떨까. 국내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드물다”면서도 “견고한 펀더멘털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맞물리며 4분기 주식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결국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가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분기 초 미국 증시는 잠시 흔들릴 수 있지만, 실적이 견고하다면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관련주 테마 이후 AI 기술 발전 정체를 해결할 도구로 평가받는 양자컴퓨터가 다음 테마로 떠오르며,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미국 증시에서 급등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AI 랠리로 시작해 대선을 기점으로 '에브리띵 랠리'로 확산되었고, 12월에는 테마와 초대형주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1월 취임식을 기점으로 테마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실적이 시장을 주도한다”며 “테마에 편승하기보다는 실적 모멘텀이 강한 빅테크와 AI 중대형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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