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소추안 가결 등 정치적 혼란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대거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랐고, 주가는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조하며 정치 혼란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 중이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과거 경제위기 때에 비해 외환보유액이나 단기외채 비중, 국가신용등급 등은 매우 양호한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프랑스와 같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경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대외건전성에 비해서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탈출에 따른 환율 불안에 세계 9위 수준의 외환 보유액 등을 강조하며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8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부총리·외교부 장관 합동 외신 간담회를 갖고 “대외 신인도 관리에 역점을 두고, 금융·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지속 가동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경제설명회 등으로 한국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이처럼 ‘견조한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 금융시장 등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불안함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나라 대외건전성 지표를 보면 과거 위기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상황으로 접어들던 1997년 1분기를 보면 외환보유액은 291억 달러였던 데 반해 대외채무는 1530억 달러나 됐다. 이러한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는 742억 달러로 단기 외채 비율이 무려 48.5%에 달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의 비중도 351.0%나 됐다. 빠르게 만기가 다가오는 채무를 갚을 여력이 안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한 국가신용등급도 급격히 떨어졌다.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을 1997년 11월 A1에서 A3로 떨어뜨린 데 이어 12월에는 Baa2, Ba1으로 연속해서 하향조정했다. S&P도 1997년 10월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낮추더니 11월에는 A-로 하향조정했다. 이어 12월에는 BBB-, B+로 연속해서 떨어뜨렸다. 피치 역시 1997년 11월 A+였던 신용등급을 A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12월에는 BBB-, B-로 연속해서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에는 외환보유액은 늘었지만, 대외 채무 중 단기채무 비중이 높아 우려를 낳았다. 2008년 4분기 외환보유액은 2012억 달러로 1997년 위기에 비해 7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비중이 47.2%로 국가부도 사태 이후 관리해오던 30%대를 넘었다. 또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 비중도 74.0%로 역시 기존의 30~40%대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재발 우려가 나왔으나 다행히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외환위기까지 가지는 않았다. 덕분에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변동 없이 유지됐다.
코로나19로 경제 피해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에도 단기채무 비중이 문제가 됐다. 외환보유액은 4002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배였다. 그러나 단기채무가 늘어나면서 대외채무 중 단기 채무 비중이 2019년 4분기 28.8%에서 2020년 1분기에 30.9%로 올랐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3.1%에서 38.0%로 높아졌다. 다만 당시에도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등으로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또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유지됐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를 맞은 현재 상황은 과거 위기 때보다는 대외건전성 지표가 다소 좋은 편이다.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현재 4154억 달러를 기록 중이며, 대외채무 중 단기 채무 비중은 3분기 기준으로 22.6%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 비중도 37.8%로 과거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현재 대외건전성 지표는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나은 편”이라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여야 정쟁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 또 1% 중반대로 떨어진 성장률 전망치도 0%대로 하락하면서 경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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