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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뷰티 열풍에 화장품 공장만 성황" 인천 남동공단 가보니

인디 브랜드 인기 끌며 위탁생산업체 신규 진입 늘어…"초기비용 많고 요건 까다로워, 투자·연구 이어져야"

2024.12.26(Thu) 11:20:48

[비즈한국] K-뷰티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화장품을 위탁 생산하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시장도 커지고 있다. 화장품 공장이 밀집한 인천 남동공단에는 최근 화장품 제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화장품 시장의 호황에 편승하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분위기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금새 문을 닫는 업체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천 남동공단 곳곳에 임대,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임대·매매’ 속에서 화장품 제조업은 활기

 

장기간 이어진 불경기의 영향으로 산업단지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지난 23일 찾아간 인천 남동공단에서도 불황의 흔적이 엿보였다. 공단 곳곳에는 ‘임대’, ‘매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공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공단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 중인 A 씨는 문 닫힌 공장을 가리키며 “문을 닫은 지 한참 됐는데 아직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불경기라 폐업한 공장 자리에 새로 들어오려는 업체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해졌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시작하려는 수요가 없다 보니 산업단지 내 공장 및 창고의 매매, 임대 거래 건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동공단의 부동산중개소는 예상과 달리 분주한 분위기였다.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들은 “불경기지만 거래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화장품 제조업만큼은 불황을 비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중개소 관계자 B 씨는 최근 화장품 산업의 활황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자동차 관련 주물, 사출 관련 업종이 많았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규모가 줄고, 환경문제 등으로 공단의 업종이 변환되면서 화장품, 식품 관련업이 늘었다”며 “특히 남동공단은 화장품 관련업을 하는 기업이 300개가량 있을 정도로 화장품업이 성황”이라고 언급했다.

 

한 화장품 제조업 관계자는 “‘불황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화장품 업계는 바쁘다. 일이 많아 야근도 많이 하고, 추가 인력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디 브랜드의 성장세에 힘입어 K-뷰티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올해 K-뷰티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화장품 누적 수출액은 93억 달러(약 13조 97억 원)로 역대 최대 기록이던 2021년(91억 8000억 달러)을 뛰어넘었다. 올해 K-뷰티는 중소 인디 브랜드가 주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중소기업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상위 10개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생산 비율은 점점 줄었다. 2021년 69.3%였던 비율이 2023년 55.5%로 감소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화장품 대기업의 생산량은 줄고, 중소업체의 생산량이 늘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화장품 유통채널로 꼽히는 올리브영에서도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업체 중 절반가량은 인디 브랜드다.

 

인디 브랜드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화장품 ODM 업체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책임판매업체 수는 3만 1524개로 확인됐다. 그중 10%만이 자체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90%가량은 생산 인프라 없이 ODM 업체를 통해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실정이다. 덕분에 ODM 기업의 실적 상승도 이어지는 추세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화장품 제조업체 예그리나의 직원들이 상품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ODM 시장 확대되지만 “빈익빈 부익부 뚜렷”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ODM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최근 ODM 사업을 시작하려는 업체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동안 화장품 시장은 제품을 유통하는 책임판매업체 수는 급격히 늘어난 반면, 제조업체 수의 증가세는 더뎠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 4853개였던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수는 지난해 3만 1524개로 6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화장품 제조업체 수는 1750개에서 4567개로 2.6배 확대됐다. 작년 한 해 새로 생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3509개인 반면, 제조업체는 19개가 늘었을 뿐이다.

 

화장품 책임판매업체가 큰 투자비용 없이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제조업체는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하다. 기본적인 설비를 준비하는 데에만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CGMP(우수화장품제조·품질관리 기준) 등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ODM 사업에 진출하려는 업체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부동산중개소 대표 A 씨는 “요즘 공장 임대 및 매매 문의 중 가장 많은 것이 화장품 업종이다. 화장품 제조업을 준비 중이라며 클린룸(생산 제품의 오염 방지를 위한 환경 설비)이 갖춰진 곳을 찾는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시장의 호황에 신규 제조업체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사라지는 회사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고 하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이나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곳들은 금방 문을 닫고 나가더라”라고 전했다.

 

화장품 제조업체 예그리나를 운영 중인 한성수 대표는 “화장품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중견 이상 업체들은 계속해서 물량이 늘어나고 성장하는 반면, 소규모 업체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를 지속하고 계속해서 연구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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