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가 하이브 산하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신뢰 책임의 원칙이 훼손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23일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에서 발표한 입장문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코스포는 “최근 하이브와 그 자회사의 투자계약 관련한 갈등은 투자 생태계의 근간인 신뢰와 책임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례”라며 “투자 환경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단체가 아닌 스타트업 단체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의 갈등에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코스포는 국내 2483개 스타트업 기업이 모여 있는 단체다. 그간 스타트업 관련 법안·규제에 관해선 적극 의견을 밝혀왔지만, 특정 엔터사 분쟁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코스포 이사진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 역시 이 단체의 정회원으로 연간 1200만 원 이상의 연회비를 코스포에 납부하고 있다.
#스타트업 단체에 대기업 하이브가 왜?
스타트업 단체에 ‘대기업’ 하이브가 회원사인 까닭은 무엇일까. 코스포 회원사 규정을 보면, 스타트업 기업은 ‘정회원’으로 가입 가능하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은 ‘특별회원’으로 총회 의결권 없이 연회비만 납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하이브는 정회원으로 매년 1200만 원 이상의 연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사’로서 총회 의결권도 가졌다.
코스포 관계자는 방시혁 의장이 이사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입장문 작성은 사무국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입장문 내용은 별도의 이사회 의결 없이 의견 회람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거나 생태계에 필요한 의제를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뉴진스 관련) 입장문 발표는 의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사회와 운영위원에 공지한 후 회람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확인해보니 방시혁 의장에게는 이번 입장문 게재 공지가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이브가 대기업임에도 의결권이 있는 정회원과 방 의장이 이사로 참여한 경위를 묻자 이 관계자는 “하이브는 2018년도쯤부터 코스포 회원이었다. 이사진에는 스타트업이 아닌 기관이나 법무법인도 있다. 사실상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사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코스포 이사로 있는 다른 기업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이번 입장문이 게재된 줄도 몰랐다. 어떤 경위로 발표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비즈한국은 코스포 이사회 의장인 한상우 위즈돔 대표를 비롯해 부의장인 구태언 테크앤로벤처스 대표,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등에게 입장문 작성 경위를 듣기 위해 각 회사에 연락했으나 모두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대변 단체들 연이어 ‘뉴진스 비판’
최근 엔터테인먼트 관련 단체들은 뉴진스를 비판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12월 3일에는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6일에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13일에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가 나섰다.
지난 11월 27일 뉴진스가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의 계약 위반으로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들 단체는 일방의 주장으로 계약이 해지된다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연제협과 음콘협은 뉴진스가 전속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외부 회사와 접촉했다며 ‘탬퍼링’ 의혹을 강조했다. 현재 음콘협 이사회에는 하이브도 소속돼 있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일방이 계약을 위반한 경우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지난 8월 하이브 역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주간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전속계약에 따라 아티스트가 계약을 위반한 기획사에게 계약 해지 통보한 사례는 뉴진스가 처음은 아니다. 또 하이브가 먼저 민희진 전 대표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뉴진스에만 계약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브와 소속 레이블 어도어, 뉴진스의 갈등을 외부에서 아티스트를 사전 접촉하는 ‘탬퍼링’으로 보기도 어렵다. 하이브의 비윤리적 경영과 뉴진스에 대한 차별 의혹이 불거진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이브 임원진이 공유하는 내부 보고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에는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고 명시되거나, 하이브 홍보 담당 실장이 뉴진스의 일본 성적에 대해 “생각보다는 좀 못해서”라고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노종언 변호사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가처분 소송에서도 민희진 전 대표의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심지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는 별개의 인격체다. 결국 탬퍼링의 증거는 없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단체가 부재한 현실을 지적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뉴진스 상황은 동방신기 사태와 유사하다고 본다. 당시 JYJ도 방송사와 행사 출연이 힘들었다. 현재 ‘가요계 입장’에는 아티스트의 입장이 하나도 없다. 한매연 등 단체도 모두 기업 입장이다. 탬퍼링의 증거가 없는데도 이들 단체는 계속 탬퍼링을 언급한다. 그런 논리라면 매니지먼트의 귀책이 있어도 아티스트가 참아야 한다. 이런 측면 때문에 해외에서 K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지고 있는데, 결국 경영 리스크로 돌아올 거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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