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시공권을 빼앗긴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 부지를 최근 가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방화6구역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였던 현산과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다 지난 10월 현산에 도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 현산 측은 이에 반발해 도급 계약 해지 결의 무효와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조합 자산을 동결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 부지 일부를 가압류했다. 이 사업 시공자로 활동하며 발생한 구상금 채권 20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가압류된 사업 부지는 조합이 보유한 도로와 대지 등 14개 필지(총3776㎡)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날 현산 측으로부터 현금 10억 원과 공탁보증보험 증권을 받고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방화6구역 조합과 현산은 2개월 전 공사비 증액 문제로 다투다 결별했다. 양측은 당초 2020년 6월 3.3㎡당 공사비 471만 원으로 공사 도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면서 3.3㎡당 공사비는 지난해 10월 727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착공을 앞둔 지난 7월 무렵 현산이 공사비를 3.3㎡당 797만 원으로 총 210억 원가량 인상해달라고 재차 요구하자, 조합은 총회를 거쳐 지난 10월 현산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산은 결별한 방화6구역 조합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법원에 도급 계약 해지를 결의한 총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한 뒤, 해당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잇달아 냈다. 같은 달 방화6구역 시공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청구 소송과 새 시공자 선정 입찰을 막아달라는 가처분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현산은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직후 사업 부지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한편, 조합 예금 계좌를 가압류하는 등 조합 자산 동결도 이어가고 있다.
방화6구역 재건축조합장은 “계약 해지 이후 사업비 대출의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는데, 현산 측이 조합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이자 납부에도 어려움이 생겼다”며 “계좌에 이어 사업 부지까지 가압류 하는 것은 조합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업지 일부 부지에 가압류를 진행했다”고만 확인했다.
방화6구역 재건축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608-97번지 일대에 노후 주택을 허물고 지하 3층~지상 16층 아파트 10개 동(557세대)을 조성하는 정비사업이다. 조합은 2018년 11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고 이듬해 7월 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4월에는 조합원 이주와 철거를 모두 마쳤지만 공사비 인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착공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조합은 현산과 계약을 해지한 뒤 새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현산이 올해 결별한 정비사업장과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7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산이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는 등 홍보 지침을 위반했다며 현산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입찰보증금 100억 원을 몰수했다. 현산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8월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7일에는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이 조합 계좌에 22억 원의 가압류를 걸었다.
현산은 올해 1조 3332억 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고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한 정비사업은 △대전 동 가양1구역 재개발(2573억 원) △서울 동대문구 장안현대아파트 재건축(2742억 원) △전북 전주시 병무청 인근 구역 재개발(4105억 원) △대전 중구 용두3구역 재개발(3912억 원) 등 4건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아파트 재건축 1건(1792억 원)을 수주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1조 원을 기록하는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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