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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코인 보이스피싱 '은행 책임' 두고 법정서 엎치락뒤치락

1심 "배상책임 있다" 패소, 2심 "거래소에 법적 통지 의무 없다" 승소…대법원 판단 남아

2024.12.23(Mon) 18:47:28

[비즈한국]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원심을 엎고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운영사 두나무)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이다. 케이뱅크는 1심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한 조치 소홀로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는데, 2심 재판부가 은행에 ‘통지 의무’가 없다고 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관련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원심을 엎고 배상 책임을 피했다. 사진=케이뱅크 제공

 

1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는 케이뱅크와 가상자산 보이스피싱 피해자 A 씨와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케이뱅크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1심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은행 중 처음으로 보이스피싱과 관련 책임이 인정된 판례여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A 씨는 2021년 2월 28일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하고 업비트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시작했다. A 씨는 그해 8월 3일 첫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이날부터 2021년 8월 21일까지 케이뱅크 계좌에서 업비트 계정으로 돈을 송금했다. 업비트 계정에 이체한 자금은 비트코인으로 바꿔 제삼자 명의의 계좌로 보냈다. A 씨의 업비트 계정에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송금된 비트코인은 원화로 환산하면 약 14억 5000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는 A 씨만이 아니었다. 추가 피해자 2명은 범죄 계좌로 사용된 A 씨의 케이뱅크 통장에 돈을 송금했는데, 이 중 한 명이 2021년 8월 20일 오후 12시 30분 금융감독원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A 씨 통장 계좌의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날 오후 3시 34분 거래정지 조치를 했고, 3시 48분 A 씨에게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의해 지급 정지됐다’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문제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의 조치로부터 사흘이 지난 2021년 8월 23일 오후 8시 27분에야 A 씨의 계좌가 사기 신고 대상이라는 알림을 받았다는 점이다.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2020년 6월부터 보이스피싱 등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해 ‘공동 대응 핫라인’을 구축해 협업해 왔다. 업비트는 23일 오후 8시 38분 A 씨에게 ‘금융사고 계좌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거래정지)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양 사의 대응이 어긋난 사이, 보이스피싱임을 몰랐던 A 씨는 업비트 계정이 막히기 전인 2021년 8월 21일 보이스피싱 일당 계좌에 5억 1500만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재차 송금했다. A 씨는 8월 21일 자 피해가 발생한 데에는 케이뱅크와 두나무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약 5억 1500만 원의 피해금 중 5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7월 10일 1심 결과가 나오자 두나무와 케이뱅크의 희비가 교차했다. 재판부는 케이뱅크가 두나무에 알림을 보낸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두나무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1심 법원은 케이뱅크가 두나무에 사고 신고를 제때 알리지 않아 ‘조치 소홀’로 인한 보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가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도 직접 제삼자 계좌에 송금했으므로, 케이뱅크에는 30%(약 1억 5450만 원)의 배상 책임만 있다고 판시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사진=박정훈 기자

 

결과에 불복한 케이뱅크는 항소에 나섰다. 계좌 명의인인 A 씨에게 금융사기 신고 통지를 했으므로 피해 방지 의무를 다했으며, 두나무에는 법적으로 통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비트코인 5억 원어치를 추가 이체하기 전에 케이뱅크 계좌에서 피해금을 모두 출금한 상태여서,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엎고 케이뱅크의 손을 들었다. 승패를 가른 요인은 은행의 ‘통지 의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기 이용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하고 △계좌 명의인 △사기 피해자 △금융회사 △금융감독원 △수사기관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2심 법원은 ‘가상자산 사업자’인 두나무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금융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케이뱅크에 법적 통지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양 사가 공동 대응 핫라인을 구축했으므로 계약상·신의칙상 통지 의무가 있다는 A 씨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핫라인이 케이뱅크와 두나무가 자발적으로 마련한 시스템이므로 계약이나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업비트 이용약관에 케이뱅크의 통지 의무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케이뱅크는 한숨 돌렸지만, 대법원 판단이 남은 상태다.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A 씨는 12월 2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케이뱅크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한편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면서 법적 공백을 막는 것이 시급해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2020년 83억 원에서 2022년 2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10월 7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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