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갤러리’가 이달 운영을 종료한다. 이랜드 측은 명품 판매 채널의 일원화를 위한 사업 개편 과정에서 럭셔리갤러리를 정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랜드도 수익성 악화로 인해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온라인 문닫고 오프라인 매장도 순차 정리
12월 26일 이랜드의 명품 플랫폼 럭셔리갤러리의 운영이 종료된다. 현재 온라인 홈페이지 및 앱은 운영이 중단돼 상품 구입이 불가한 상태다.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공지문만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업계의 큰 관심을 받으며 론칭했던 럭셔리갤러리는 4년 만에 조용히 문을 닫게 됐다.
럭셔리갤러리는 이랜드글로벌에서 운영해온 명품 플랫폼이다. 이랜드는 2011년부터 오프라인 명품 편집숍인 럭셔리갤러리 매장을 운영해오다가 2020년 온라인 매출 확대를 위해 럭셔리갤러리 앱을 론칭했다. 이랜드글로벌 측은 럭셔리갤러리 앱을 선보이며, 3년 내 국내 1위 명품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오프라인 럭셔리갤러리 매장과 시너지를 통해 3년 내 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계획도 발표했다.
명품 플랫폼 업계가 호황기를 맞았던 팬데믹 시기만 해도 럭셔리갤러리의 성장세는 이어졌다. 2021년 이랜드글로벌의 글로벌 사업 부문(럭셔리갤러리·NC픽스) 매출액은 1300억 원을 돌파하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를 기록했다. 이랜드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배 늘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확대됐다.
럭셔리갤러리 운영 종료 소식이 들려오자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명품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명품 수요가 꺾였고, 명품 플랫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대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도 매출 하락을 겪으면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사옥을 매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캐치패션, 한스타일 등의 명품 플랫폼은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았다. 2020년 13개였던 럭셔리갤러리의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5개로 줄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명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팬데믹 시기에는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입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명품 사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랜드 측은 명품 사업 부문의 채널 통합 과정에 따라 럭셔리갤러리의 온라인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글로벌 관계자는 “럭셔리갤러리를 NC픽스와 통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가 명품과 중저가 명품으로 구분해 럭셔리갤러리, NC픽스로 나눠 판매하던 것을 NC픽스로 통합해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통합하는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C픽스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직매입 편집숍이다. 유통과정을 줄인 직매입 방식으로 상품을 조달해 70~90%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그간 이랜드는 중저가 명품 및 영컨템포러리 상품은 NC픽스 중심으로, 고가 명품은 럭셔리갤러리를 통해 판매해왔다. 분리돼 운영하던 명품 판매 채널을 일원화함에 따라 럭셔리갤러리 사업은 종료되고, NC픽스로 통합돼 운영된다. 현재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는 NC픽스 매장은 두 곳이다.
이랜드글로벌 관계자는 “현재 NC픽스 천호점에서 럭셔리갤러리 통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를 보고 향후 확장 여부 등을 결정할 것 같다”며 “럭셔리갤러리 오프라인 매장도 순차적으로 정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초저가 상설 할인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에 힘준다
이랜드는 사실상 온라인 명품 사업은 포기한 분위기다. 이랜드글로벌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고르고 득템한다는 개념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 현재 NC픽스는 온라인 채널이 없다. 향후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테스트한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랜드는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해온 만큼 명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엔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랜드는 이커머스 부문에 약하다 보니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다른 경쟁사에게 밀리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사업 전략을 수정해 향후에는 오프 프라이스(off-price) 스토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아웃렛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초저가 상설 할인 매장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유통업계에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현대백화점은 ‘오프웍스’ 등을 운영 중이며 이랜드리테일도 ‘팩토리아울렛’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종우 교수는 “온라인 시장이 너무 치열해져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 이랜드는 중저가 브랜드, 팩토리아울렛 등을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명품 판매도 오프 프라이스 전략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일 것”이라며 “명품을 합리적으로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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