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중구 순화동에 짓고 있는 동화약품 신사옥 공사를 금지해달라고 인근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항소심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동화약품 신사옥은 완공까지 3개월여 남았다.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은 동화약품에 공사금지 소송을 제기한 인근 덕수궁롯데캐슬 입주민의 항소를 받아들여, 동화약품에 총 388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는 21명이며 지급액은 1인당 100만~200만 원선이다. 이 금액은 1심보다 늘어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선정자 5인에 대한 1심 판결 일부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고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다. 나머지 선정자들의 항소도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에서 선정자 5인은 일조 침해와 관련해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 지급액이 다른 선정자들보다 적게 인정됐다.
재판부는 선정자 A, B, C, D, E 5인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동화약품의 책임을 시가하락액의 20%로 제한했던 1심을 뒤집고 다른 원고들과 동일한 40%로 책정했다. 1심은 동화약품 사옥이 덕수궁롯데캐슬의 일조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적인 사각형 형태 건물이 아니라 남북향 폭이 좁고 동서향 폭은 넓게 짓는 점 등을 근거로 책임을 40%로 하면서도, 선정자 5인은 동화약품 사옥의 신축 규모가 확정된 후 집을 샀기 때문에 불법행위의 성립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20%로 책정했다.
그러나 2심은 선정자 5인이 △실제로 골조공사 등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실제 건축 규모나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의 일조권 침해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점 △건축계획의 변경이 고시되기 이전에도 동화약품 사옥이 최고 높이 50m, 층수 10층 정도의 상당한 규모로 건축될 것이 예정돼 있었던 점 △가해 건물은 위 소유자들의 소유권 취득 후인 2022년경 비로소 건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을 추가로 책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해 건물 건축계획의 변경(‘최고 높이 50m 이하, 층수 10층 이하’에서 ‘최고 높이 70m 이하, 층수 15층 이하’) 고시 이후에 해당 세대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선정자 C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도 다른 원고들과 동일하게 80만 원으로 인상됐다. 1심은 원고들에 실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 가해 건물 신축 전 일조 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각 80만 원으로 하면서도, 선정자 C는 가해 건물의 신축 규모가 확정된 후 입주한 점 등을 토대로 40만 원으로 산정했다.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에 따르면 13일 선정당사자와 피고 측에 판결서가 송달됐다. 상고는 판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할 수 있다. 동화약품 측은 상고 의사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동화약품이 1966년부터 본사로 사용한 순화동 사옥은 ‘중구 순화구역 제1-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및 정비계획’ 시행에 따라 철거됐다. 지난 2022년 9월 신사옥 공사에 들어가 내년 3월 준공 예정으로 지하 5층~지상 16층 규모(연면적 1만 5818㎡, 4785평)로 지어진다. 착공 직후인 2022년 10월 인근 덕수궁롯데캐슬 입주민 일부가 공사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1심 판결이 나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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