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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부족한 해부용 시신 '카데바', 의대 정원 늘면 어떻게 될까

타 의대와 '공유'한대도 유족 동의, 교수 부족 등 난관…법·제도 보완만으론 해결 어려워

2024.12.19(Thu) 17:37:54

[비즈한국] 의대 정원 증원 초기부터 해부용 시신(카데바) 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도 부족한 카데바를 증원 이후에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 논의 과정에서 카데바 관리도 제대로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회에서는 ‘시신의 이용 및 제공’과 관련한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그러나 법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카데바 공유는 ‘유족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데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도 같이 증원돼야 해 실효성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 중인 가운데 광역시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주차장 수업’ 발언을 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을 비판했다. 앞서 고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증원 이후 교육 계획에 대해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인 점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며, 2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계획이 마련됐다”며 “현재 예정돼 있는 의대 4·5·6호관과 해부학 실습동이 신축된다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시설들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주차장 부지에 대체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전의학연은 “충북대는 의대 정원이 3배 늘어나면서 카데바가 1년에 40구가 더 필요하다. 이제 학생들은 카데바 한 구에 20~30명이 붙어 눈으로만 보거나 책과 3D 교재로만 해부학을 배워야 한다”며 “정부의 막가파식 의대 증원 정책은 기증자에 대한 예우조차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며, 의평원 인증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의대 교육 파행은 이제 정치 총장 고창섭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데바 부족’은 해묵은 문제다. 숫자도 적고, 대학별 편차도 심하다. 지난해 2월 공개된 보건복지부 ‘시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카데바 수급 수는 37개 의대 평균 23.9구였다. 가장 수급이 많은 가톨릭대 의대의 경우 318.6구인데, 이는 2위인 경희대 의대·치대·한의대(62.2구)의 5배를 넘는다. 상위 3개 대학(가톨릭대·경희대·고려대)과 하위 3곳(동국대·을지대·관동대)을 비교하면 격차는 29배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0개 의대의 최근 5년간 평균 시신 수급 수는 54.76구인 반면, 지방 27곳은 12.5구에 불과했다. 

 

카데바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감독 방안이 없는 점이 시신 기증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2대 국회는 회기 시작 이후 관련 법안을 여럿 쏟아냈다. 박해철 의원과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시체 해부 참관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해철 의원안의 경우 해부를 참관하려는 이가 의과대학의 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하며, 김예지 의원안은 의과대학 장이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참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장종태 의원안은 의과대학 및 종합병원의 장이 시체의 일부를 이용한 연구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한다. 

 

한지아 의원은 지난달 기증자 및 유족이 동의한 경우 타 의과대학에서 기증한 시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카데바 공유’다. 개정안에는 의과대학 또는 종합병원에 시체해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해부는 시체해부심의위원회 심의 받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시신의 수집 및 이용 현황도 정기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족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개 의료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신을 기증하는 만큼 다른 기관에 공유하는 것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의대 교수 A 씨는 “시신 기증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돌봐준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카데바가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교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창호 전북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김인범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등이 지난 5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한 ‘한국 해부학 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 논문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500명 증원하면 해부학 교수는 20명, 카데바는 68구가 더 필요하다. 증원이 1000명이면 해부학 교수는 41명, 카데바는 135구가 더 필요하고, 2000명 늘면 해부학 교수는 82명, 카데바는 270구가 더 필요하다. 

 

연구진은 “현재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조교는 총 30명으로,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할 경우 조교 30명을 모두 교수로 승진시켜도 교수 52명이 부족하다. 더 큰 과제는 현재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23명 중 상당수가 향후 5년 이내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 해부학 교육 자격을 갖춘 교육자는 심각하게 부족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입학생 수가 증가하면 해부학 교육의 부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영리 목적 시체 이용 및 이를 알선한 행위를 금지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시신을 보다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시체제공기관에 한해 타 의과대학으로 시신 제공을 허용하는 등 기증자 및 유족의 숭고한 의사 존중을 위한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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