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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벼슬' 윤석열 정부 권력기관 출신 재취업 현황 살펴보니

예외 걸러내는 취업심사 '무용지물' 대통령실도 전원 '패스'…"공직 윤리 무너진 지 오래"

2024.12.17(Tue) 17:20:11

[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7개월 동안 재계는 검찰 출신 인사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 총수 리스크 등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데다 윤 정부 들어 검찰 출신이 정부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검찰 전관 영입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금융범죄 수사를 맡았던 특수부 검사부터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검찰 1인자 출신까지 삼성, 한화, KT, 롯데, 포스코 등 대기업 곳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퇴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취업심사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까지 검사·장급은 전체 65건의 심사에서 두 차례만 탈락했다. 국세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권력기관 세 곳과 대통령비서실도 ‘프리패스’였다. 네 기관 중 취업이 막힌 사례는 국가정보원에서만 단 한 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계는 검찰 출신 인사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제도가 제어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종현 기자


#검사 출신 65명 중 63명이 ‘통과’ 삼성·현대·KT·한화·태광 줄줄이 발탁 

 

비즈한국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현황(2022년 5월~올해 11월)을 분석한 결과 퇴직 3년 이내 검사 출신 가운데 취업제한 규정의 예외에 해당해 취업승인을 신청한 65명 중 63명이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수사관과 일반직 고위공무원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검찰청 출신 전체 112명 중 11명이 취업불승인·제한 판단을 받았다. 90%가 넘는 통과율이다. 법무부 검사·장급 출신 9명은 모두 취업이 승인됐다. 고위 공직자 포함 법무부 인사가 취업심사 대상기관 재취업을 위해 심사를 받은 경우는 총 31건으로 이 중 29건에 대해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와 비교하면 검찰청 출신이 민간 기업 등 취업제한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시도는 63% 많았다. 전 정부 임기 시작 후 같은 기간(2017년 5월~2019년 11월) 검찰청 인사 총 71명이 재취업 심사를 신청했고 이중 69명이 통과했다. 다만 통과율로 보면 문 정부(97%)가 더 높았다. 법무부의 경우에도 취업심사 건수가 문 정부(26건)보다 많았다.   

 

원칙대로라면 4급 이상 일반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공직에서 퇴직 전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존에 맡았던 공직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예외규정을 적용받으면 된다. 취업심사 통해 재취업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 

 

역대 최초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나올 만큼 정부기관 요직에 검사 인사 포진된 만큼 민감기업들의 관심도도 올라갔다. 검사 옷을 갓 벗은 검찰청 인사를 영입하는 데에 앞장섰던 그룹사는 삼성, 현대, KT, 한화, 포스코, 태광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SDS는 지난해 3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저지에 앞장섰던 권상대 전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부사장으로 기용했다. KT의 경우 검수완박에 적극 비판했던 김후곤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윤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보를 지낸 이용복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법무실장으로 합류시켰다. 계열사 케이뱅크 사외이사에 검사 출신을 영입하기도 했다. 현대그룹도 현대캐피탈, 현대그린푸드, 현대엘리베이터,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여러 계열사를 통해 검찰 출신 모시기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한화손해보험,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계열사에 윤 정부 임기 전반에 걸쳐 퇴직 3년 이내 검찰 출신을 가장 많이 기용했다. 태광그룹은 올 3월부터 집중적으로 흥국화재해상보험, 티시스, 태광산업 등 계열사 영입을 추진했다.  

 

지난 4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당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우태윤 기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영전’ 행렬 

 

고위 공직자 영입전에서 검찰청만 인기를 끈 건 아니다. 힘 있는 기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취업심사도 통제력을 발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권력기관과 대통령비서실 퇴직 공무원은 사실상 프리패스됐다. 대통령비서실 출신은 52명 전원의 취업이 승인됐다. 심사 신청 수도 이전 정부 전반기(16건) 보다 3배 이상 많다. 국세청(85건)과 감사원(36건) 출신 고위 공직자 역시 100% 통과율을 보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국세청과 감사원 퇴직 공직자는 예외 없이 취업 가능 판단을 받아냈다.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국세청과 정부기관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 감사원은 핵심 권력기관으로 불리며 재취업 심사가 유명무실한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112 감사원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경찰청은 검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중 가장 많은 취업심사(264건)가 진행됐지만 212건 승인되며 가장 적은 통과율 80%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28건 중 22건으로 78%가 통과됐다. 

 

취업제한 원칙에도 ‘공공의 이익’ 등에 부합하면 무더기 승인이 이뤄지는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9가지 예외 허용 요건은 △국가 안보·대외경쟁력 강화 필요 △공공의 이익 부합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경영개선이 필요한 경우 △전문성이 있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으로 모호하다는 평가다. 승인 및 허가는 대체로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데, 전 검찰총장이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특정 법무법인에 검찰청 인사가 ‘싹쓸이’되는 특이 사례만 소극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탈락자 찾기가 더 어려운 고위공직자 취업심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선 정권들에서 역시 이뤄졌다”면서도 “검찰 영향력이 더욱 커졌던 이번 정부 들어 사법 리스크 관리 등 검찰 전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 윤리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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